롯데면세점이 2001년 개항 이후 17년간 사업을 이어오던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주류와 담배를 취급하는 DF3를 제외한 DF1(화장품, 향수)와 DF5(피혁, 패션), DF8(전 품목)에서 발을 뺀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국내 면세산업의 절대 강자 롯데면세점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철수를 결정함에 따라, 적잖은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연간 1조원 가량의 매출 축소와 함께 마지노선인 시장점유율 40%대 하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 대한민국 관문에서 방 빼는 1위 면세점

면세점 업계에서 초유의 일이 빚어졌다. 국내 면세점 1위 롯데면세점이 대한민국의 관문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방을 뺀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 측에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4개 사업권 가운데 3개를 반납하겠다는 공문을 전했다. 그간 ‘부분 철수냐 전면 철수냐’를 놓고 고민하던 롯데면세점은 주류·담배 사업권(DF3)은 유지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롯데가 명동본점 다음으로 큰 사업장인 인천공항을 정리하기로 한 건 그만큼 이곳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매출액 전액 가까이를 임대료로 지불해야 할 형편이다. 2015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사업자를 선정하는 3기 사업 기간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에 지불해야할 임대료는 총 4조1,412억원. 이는 2기 사업기간(2008년 2월~2015년 8월)때의 2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 가운데 75% 가량을 남은 3~5년차에 몰아내야 한다. 특히 4년차에 접어드는 올해 9월부터는 1조1,600억원을 임대료로 내야 한다. 마지막 사업 기간 임대료는 1조1,800억원으로 또 오른다. 지난해 롯데면세점 인천공항 매출 규모가 1조1,209억원라는 점에 비춰보면 밑지는 장사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 롯데 측은 인천공항 제1터미널 사업을 지속할 경우 1조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입찰 당시에만 해도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50%씩 증가해 이에 맞게 임대료를 산정했었는데, 지난해 3월 사드 배치 이후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제재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이 절반가량 감소하면서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면서 “다만 주류와 담배를 취급하는 DF3 구역은 인천공항과 기존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잔류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롯데면세점이 DF3 잔류를 결정한 배경에는 이 구역이 철수를 결정한 3곳(DF1‧DF5‧DF8)에 비해 임대료(7,217억) 부담이 가장 적고, 인천공항 제1터미널이 주는 상징성 등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 매출 1조 증발, 시장점유율 40% 무너지나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매출의 70%를 책임지던 사업 구역 3곳을 철수함에 따라 업계 지각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철수 결정으로 당장 업계 순위가 변동되는 건 아니지만, 시장점유율은 또 다시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불과 2년 만에 시장점유율이 10%p축소되면서 입지가 줄어든 롯데면세점은 마지노선격인 40%의 벽을 목전(41.9%)에 둔 위태로운 상태다.

만약 조만간 재입찰이 추진 될 인천공항 제1터미널 사업장 3곳의 사업권을 신라면세점이 가져간다면, 롯데와 신라의 매출 격차는 순식간에 2조2,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절반 가량 좁혀질 것으로 보여 진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시내면세점과 해외 시장을 돌파구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베트남 주요도시인 하노이, 호치민, 다낭 등에 대대적 투자를 진행하고 시내면세점을 추가 오픈해 베트남 면세점 시장을 선점하겠다”면서 “이와 동시에 시내면세점 경쟁력을 강화하고 온라인면세점 마케팅을 확대하는 전략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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