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는 도곡동 땅과 다스 관련 아들 이시형 씨가 관계된 정황이 포착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으로 재직할 때다. 큰형 이상은 씨와 처남 김재정 씨가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4필지(6,553㎡·1986평)를 15억원에 사들였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매입한 4필지 중 한 필지는 현대건설 소유였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1995년 7월 포스코개발에 263억원을 받고 팔았다. 두 사람은 100억원씩 나눠가졌다. 이후 이상은 씨는 매각 대금 일부를 다스에 투자했다. 지분을 새로 인수하거나 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현재 최대주주가 됐다.

따라서 도곡동 땅과 다스에 대한 실소유주 의혹은 일맥상통한다. 다스의 최대주주인 이상은 씨가 종잣돈 삼은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다스의 실제 주인도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2007년 8월 검찰은 이상은 씨의 도곡동 땅 지분에 대해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하면서도 ‘제3자’가 누구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시 10여년의 시간이 지났다. 다스 의혹을 재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에서 이시형 씨가 관계된 정황을 포착했다. 그는 MB의 아들이다.

◇ 이시형, 이상은 명의 통장에서 10억 빼썼다?

1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의 일부가 이시형 씨에게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촌형 이동형 씨에게 요구해 이상은 씨 명의의 통장을 가져갔는데, 해당 통장에 도곡동 땅 매각 대금 일부가 들어있다는 것. 무엇보다 이시형 씨가 통장에서 10억원 이상을 사용한 것으로 의심을 샀다. 관련 자료는 최근 수사팀이 압수수색한 영포빌딩 비밀창고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시형 씨가 이상은 씨 명의의 통장에서 돈을 빼 사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MB와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불리한 상황이다. 이시형 씨는 김종백 씨가 검찰에 제보한 전화 녹취록에서도 등장했다. 김종백 씨는 2015년 1월 다스에서 퇴사하기 전까지 18년 동안 이상은 씨의 운전기사로 MB 일가와 가깝게 지냈다. 실제 MB의 큰누나 이귀선 씨의 아들 김동혁 씨도 김종백 씨와 수차례 통화하며 “땅 판 돈 140억원을 영감이 시형이 보고 달라 그래서, 시형이가 이상은 씨에게 ‘내놓으시오’ 했더니 (이상은 씨가) ‘난 모르고, 동형이가 안다’고 답했다”고 털어놨다. 여기서 이시형 씨에게 자금 회수를 지시한 ‘영감’은 MB로 해석되고 있다.

아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아직 그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뉴시스>

때문일까. 이시형 씨의 소환 조사가 임박한 모양새다. 이미 수사팀은 이시형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다스 체코 법인장 홍모 씨를 비공개로 불러 조사를 마친 상태다. 수사팀은 홍씨를 상대로 이시형 씨가 다스 입사 4년 만에 전무로 초고속 승진한 배경과 해외 법인 대표를 맡게 된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시형 씨는 다스 본사의 회계·자금을 총괄하는 동시에 중국 다스 법인 4곳의 대표를 맡고 있다. 사실상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사촌 이동형 씨도 등을 돌렸다. 당초 그는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 “아버지(이상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최근 비공개 소환 조사에서 “다스 지분은 MB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이동형 씨는 이시형 씨와 주도권 다툼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김종백 씨가 녹취를 시작한 것도 두 사람의 신경전에 불똥이 튈까 우려가 됐기 때문이다.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서 이동형 씨는 “시형이는 지금 MB 믿고 회사에서 마음대로 하고 있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사촌의 시기가 결정타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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