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가 재판을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이 재판부로부터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 추징금 72억9,0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특검은 직권남용, 강요, 강요미수 사기미수, 증거인멸교사, 뇌물수수,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징역 25년을 구형했고 상당부분 받아들여지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최순실 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뇌물액수가 1억 이상이면 특별법에 의해 가중처벌하도록 돼 있다”며 “이를 적용해 피고인에 대해서는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 최순실 18개 범죄혐의 중 상당부분 유죄 판결

핵심혐의인 72억원에 달하는 정유라 씨 승마지원에 대해 재판부는 상당액을 뇌물로 인정했다. 뇌물죄의 경우 ‘청탁’ 여부가 요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최씨가 삼성 측과 주고받은 액수가 뇌물액이 됐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요청이 있었다고 보고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또한 최씨가 삼성 측으로 받은 상당액에 대해 범죄수익은닉죄가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롯데의 70억원 지원에 대해서 재판부는 ‘제3자 뇌물죄’를 인정했다.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일반 뇌물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이 존재해야 한다. 이에 관해 재판부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이 유리한 방향으로 행사될 것이란 기대를 고려 요소로 삼아 K스포츠 재단에 대한 지원을 결정했다고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여기에 최씨에게는 직권남용과 강요죄가 추가됐다. SK의 85억원 출연도 같은 맥락에서 뇌물죄로 판단했다.

다만 삼성의 미르재단 등에 대한 출연에 대해서는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개별현안에 대한 명시적 묵시적 청탁이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게 재판부의 입장이다. 따라서 미르재단과 장시호 등이 운영했던 영재센터에 삼성 측이 출연한 재산의 뇌물죄 여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미르재단 등의 설립과정을 살펴봤을 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를 설립주체로 보고 직권을 남용해 출연금을 강요한 것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 안종범 수첩 증거능력, 정유라 승마지원 부분 차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관심을 모은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과의 차이점이다. 주목되는 것은 이번 재판부가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수첩’을 정황증거로 인정, 사실관계를 확정하는데 상당부분 인용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간접사실이라도 정황증거로 사용하는 범위 내에서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 역시 증거로 사용 가능하다”고 했다. 이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던 이재용 전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와 다른 결정이다.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지원 관련 뇌물액도 차이를 보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이 실제로 송금한 36억에 대해서만 뇌물로 인정했고, 마필 등은 삼성이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뇌물액에 산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재판부는 “삼성이 아닌 최씨 측의 소유로 한다는 의사가 합치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72억원 전체를 뇌물로 봤다.

반면 두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의 ‘부정한 청탁’ 여부에 대해서는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제3자뇌물죄’에 있어서 ‘부정한 청탁’은 핵심요건으로 피의자들의 명시적인 의사가 확인돼야 하나, 개별사건에서 이 부회장은 물론이고 박 전 대통령 측도 이를 인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요지다. 따라서 미르재단 등에 대한 삼성의 출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강압에 의해 이뤄졌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번 재판부도 같은 맥락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로 강요와 직권남용이 있었음을 인정해 최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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