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재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직장인들의 경우 매년 1월에 연말정산 서류를 제출하고 2월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보다 많은 환급금을 기대하곤 하지만 때로는 심지어 한 달 월급에 준하는 추징금 통보를 접하고 난감해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이런 엇갈린 명암에 대해 조금만 냉정히 살펴보면 그 어느 경우에도 ‘올 한 해를 더욱 멋지게 살아갈 수 있다!’라는 점을 함께 살피고자 합니다.

한편 이런 태도로 한해 두해를 살아간다면 단지 세속적 잣대에 따라 피상적으로 분류한, 태생에 따른 ‘흙수저’라느니 ‘금수저’라느니를 불문하고 누구나 멋진 인생여정을 걸으며 후세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 환급금 통보의 경우

매년 연말이 되면 언론을 통해 다루어지고 있는 중요한 주제의 하나가 ‘연말정산’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사들은 주로 연말정산 환급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절세의 비결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미풍양속 가운데 어머니들이 밥을 지을 때마다 정성껏 쌀을 식구 1인당 한 숟가락씩 덜어서 항아리에 모아 두었다가 어려운 이웃돕기를 포함해 두루 요긴하게 활용하던 ‘절미(節米)’라는 뜻의 ‘좀도리’ 문화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제 견해로는 적지 않은 이들이 매달 월급 때마다 초과해 떼어놓았던 세금을 연말정산을 통해 환급받고 있는데, 좀도리 정신을 살려 이 환급액 가운데 일정 부분을 형편에 따라 나눔을 위해 활용한다면 보다 따듯한 나라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환급액을 지혜롭게 활용해 보면 어떨까 해서 저의 사례를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실 지난 몇 년간 저의 경우를 돌아보니 비록 적은 액수이기는 하지만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뜻있는 법인체들, 특히 주로 성찰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위해 (사)선도성찰나눔실천회에, 그리고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모교인 서강대를 통해 기부를 늘리면 늘릴수록 할수록 환급액이 증가했으며 이 환급액을 전액 다시 뜻있는 일을 위해 기부를 하다 보니 매년 연말에 역시 거의 환급액이 줄어들지 않음을 피부로 느껴오고 있습니다.

◇ 추징금 통보의 경우

한편 사실 제 생애를 통틀어 올해 처음으로 추징금 통보를 받았습니다. 돌이켜 보니 그동안은 매년 조금씩 기부금을 늘려왔었는데, 지난해에는 개인적인 일로 두루 쓸 데가 많아 예년에 비해 나눔 프로그램에 적게 참여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올해는 이번 일을 계기로 재능 나눔을 포함해 물질적인 나눔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이어가려 합니다.

아울러 추징금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저의 비법 하나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월급 이외의 부수입에 대한 큰 쓰임에 관해서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 월급은 대부분 가족의 생계 및 문화시민으로서의 삶을 누리기 위해 씁니다. 그런데 저를 포함해 전문직 종사자들의 경우 자신의 주된 직업 이외의 일로 생기는 부수입이 가끔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부수입에 집착하다 보면 본 직업에 소홀하게 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는 각종 부정부패 사건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만일 월급 이외의 부수입은 철저히 ‘봉사의 대가!’라고 마음을 굳게 먹고, 최소한의 필요경비를 제외하고 이를 다시 뜻있는 일을 위해 대부분 환원한다면, 우리 모두 청렴함은 잘 유지하면서도 힘닿는 데까지 함께 더불어 통찰과 나눔이 둘이 아닌 멋진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만 된다면 김영란법은 유명무실해져 폐기처분해도 되겠지요.

참고로 지난해 <시사위크> ‘향상일로’ 칼럼을 연재하며 받은 원고료 전액을 선도회를 통해, 반은 고뇌하는 젊은이들의 성찰을 위한 목적으로 저의 저서인 <날마다 온몸으로 성찰하기>를 무료로 배포했으며, 나머지 반은 네팔의 낙후된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환경 개선 프로그램을 위해 후원하였습니다.

◇ 수입에 대한 지혜로운 활용방안

한편 연말이 가까워 올 무렵 직장에 다니는 지인 분들 가운데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과도한 추징금에 대해 매우 걱정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도 석가세존의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평소에 잘 실천할 수 있다면 별로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매달 합리적인 생계유지를 위해 한 달 수입을 지혜롭게 지출하는 방법으로 불교경전의 하나인 <중아함경(中阿含經)> 가운데에 ‘사분법(四分法)’이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즉, 이를 현대에 맞게 풀어쓰면 수입을 가정 형편에 따라 생계[飮食]유지비, 생업[田業] 자금, 미래를 대비한 저축[藏置] 및 어려운 이웃돕기[息利] 성금의 네 부류로 나누어 지출하라는 뜻합니다. 따라서 이 가르침에 따라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도 현재의 수입으로도 지출을 짜임새 있게 한다면 얼마든지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함께 더불어 멋진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겠지요.

◇ 티끌모아 태산의 교훈

사실 기부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동양권에서는 대체로 기부는 부자들이나 하는 행위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같은 서민들도 얼마든지 나눔이 가능하다는 것을 지혜롭게 일깨워주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 그는 바로 세계적인 잡지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뽑은 2009년판 아시아의 영웅으로 선정된, 무술스타인 이연걸입니다. 그에 대해 이 잡지의 아시아 중국어판 반소권(潘少權) 총편집인은 “이연걸(李連杰)은 자선단체의 창립자로서 쓰촨 대지진 당시 구호와 지원 활동에 큰 공헌을 함으로써 아름다운 인간애를 보여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가 이렇게 아름답게 변한 데에는 극적으로 생사를 넘나들었던 계기가 있었습니다. 2004년 가족들과 몰디브로 휴가를 간 그는 당시 쓰나미에 휩쓸렸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그날 저녁 날밤을 새면서 다음과 같이 깊이 성찰했다고 합니다.

“지난 41년 동안 전 오직 저 자신만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을 겪고 보니 다른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리 내가 유명하고 힘이 세고 명성이 있더라도 그런 순간에 아무도 나를 도울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곧 이어 내 삶에 대해 그리고 과연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 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숙고 끝에, “우리는 종종 남들에게 기부를 떠넘기는 사람들을 보곤 합니다. 그들은 정부를 비난하죠. 또 그들은 기업들이 더 많이 기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서로 돕는 것은 개인들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 도와야할 책임이 있습니다. 모두가 매월 1위안(약 300원)씩만 내더라도 곧 수십억 달러가 될 것입니다”라는 결론에 도달하자 그는 즉시 본격적인 자선활동에 뛰어들어 매달 1명이 1위안씩을 내서 자선기금을 만들자는, 재정 운영이 매우 투명한 ‘One(일壹) 기금’ 재단을 창립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예측대로 이 재단은 설립 후 18개월 만에 약 23억 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모았으며, 이를 기반으로 2007년 윈난성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정부를 포함한 그 어느 단체보다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구호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우리 모두 이번 설 명절 연휴 동안 가족 친지들과의 즐거운 재회뿐만이 아니라 잠시 틈을 내어 ‘연말정산의 명암’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연말정산의 큰 쓰임’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의 시간을 가지면서 올 한 해를 함께 더불어 나누며 더욱 뜻 깊게 보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염원해 봅니다.

박영재 교수는 서강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전공분야: 입자이론물리학) 학위를 받았다. 1983년 3월부터 강원대 물리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1989년 9월부터 서강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강대 물리학과장, 교무처장, 자연과학부 학장을 역임했다.
한편 1975년 10월 임제종 양기파의 법맥을 이은 선도회 초대 지도법사이셨던 종달 선사 문하로 입문한 박 교수는 1987년 9월 스승이 제시한 간화선 입실점검 과정을 모두 마쳤다. 1990년 6월 종달 선사 입적 이후 지금까지 선도회(2009년 사단법인 선도성찰나눔실천회로 새롭게 발족) 지도법사를 맡고 있다. 한편 1991년 8월과 1997년 1월 화계사에서 숭산 선사께 두 차례 입실 점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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