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여부는 2월 중에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1981년 입사해 20년 만인 2001년 사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2006년까지 회사를 이끌었던 그는 2015년 다시 대우조선해양으로 돌아왔다.

그런 그가 다시 갈림길에 섰다. 오는 5월 임기가 만료되는데, 실질적인 임기는 3월까지다. 3월에 열리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정성립 사장 재선임 또는 새로운 사장 선임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그의 임기가 5월까지인 이유는 2015년 취임 당시 대우조선해양 사장 선임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정성립 사장의 연임 여부는 2월 중에 결정될 전망이다. 보통 주주총회 한 달여 전에 이사회를 거쳐 안건이 상정되기 때문이다. 설 명절 이후, 적어도 2월말 내에는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 조선업계 베테랑… 끊이지 않는 내부비리 ‘발목’

조선업계에서 쌓아온 경력, 대우조선해양에서 보여준 경영적 성과 등은 그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정성립 사장은 대우조선해양 사장으로 돌아온 직후 그간 방치됐던 손실을 모두 끄집어낸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전임 경영진의 분식회계 등 각종 불법행위가 드러났고, 대우조선해양은 조단위 적자폭탄을 터뜨렸다. 이후 정성립 사장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분주한 행보를 이어갔고, 몇 차례 위기를 넘긴 끝에 현재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의 연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수조원의 혈세로 살아남은 대우조선해양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선 그 역시 청산 대상이라는 지적이다.

대우조선해양에서는 정성립 사장이 돌아온 이후에도 대형 비리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2016년엔 200억대 횡령을 저질러온 직원이 적발됐다. 이 직원은 2008년부터 2015년 말까지 8년에 걸쳐 횡령을 일삼았으며,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내부 직원의 비리는 지난해에도 터졌다. 납품업체와 짜고 돈을 빼돌린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대거 적발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대우조선해양 직원 4명이 구속되고, 4명이 불구속되는 등 총 11명이 입건됐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이들의 범행이 지난해 1월까지 지속됐다는 점이다.

이처럼 정성립 사장 취임 후에도,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후에도 대우조선해양에서는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같은 비리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을 수밖에 없다. 수조원의 혈세를 지원받은 대우조선해양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우조선해양 내부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전임 경영진에 대한 법적처벌 만으로 해결될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20년간 대우조선해양에 몸담고 사장 자리까지 오른 정성립 사장은 이 같은 조직문화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대우조선해양 사장 선임 자체에 적폐가 쌓여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99년 대우그룹 몰락 이후 대우조선해양(당시 대우중공업)은 기존의 신영균 전 사장이 잠시 이끌었다. 그러나 이내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나 구속되며 물러났다. 이때 빈자리를 채우며 사장 자리에 오른 것이 정성립 사장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정성립 사장의 이력이다. 정성립 사장의 첫 사회생활은 산업은행에서 시작됐다. 1974년 산업은행에 입사해 1976년까지 근무한 바 있다. 일각에선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해양 수장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정성립 사장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남상태 전 사장과 고재호 전 사장이 뒤를 이었다. 이들 모두 선임 과정에서 각종 로비 의혹에 따른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그 실체가 드러나기도 했다. 소위 ‘주인 없는 회사’가 된 이후 사장 자리에 오른 인물들 모두 선임 과정이 석연치 않은 것이다.

최근 조선업계에 불어 닥친 세대교체 바람도 정성립 사장의 연임 가능성과 거리가 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인사를 통해 강환구 사장 단독대표 체제를 수립했고, 최길선 전 회장과 권오갑 부회장은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났다. 삼성중공업도 박대영 전 사장 대신 남준우 사장으로 새로 선임했다. 강환구 사장은 1955년생, 남준우 사장은 1958년생으로 앞선 경영진에 비해 훨씬 젊다. 반면, 1950년생인 정성립 사장은 어느덧 일흔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수장 세대교체는 점진적으로 준비돼온 부분이고,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본 결정이다. 철저히 능력에 의해 선임됐고, 경영에 실패하면 가차 없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이에 반해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은 사장 되기 위해 ‘줄서기’가 더 중요했고, 수장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성립 사장의 연임을 향한 시선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그의 향후 행보가 어떻게 결정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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