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주석 당시 중국 충징 임시정부 청사에서 찍은 사진과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충칭 방문 때 찍은 기념사진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정부가 인촌 김성수(1891~1955)의 건국공로훈장을 박탈했다. 1962년 언론·교육 분야 공로로 건국공로훈장을 받은 지 56년 여 만이다. 인촌 김성수의 서훈 취소를 시작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 서훈 취소 등 문재인 정부의 친일청산 작업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인촌 김성수의 훈장 취소가 결정됐다. 허위공적으로 받은 서훈은 취조한다는 상훈법에 따라 관련 절차를 밟았다는 게 정부 측 입장이다.

◇ 일제 징병 찬양 행위로 친일반민족행위자 결론

건국훈장 박탈의 근거는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판단이 작용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당시 친일반민족행위자 705인 명단을 공개했으며, 이 가운데 “독립운동을 했으나 후에 적극적인 친일 활동을 펼친” 20명에 대해 서훈 취소를 요청했다. 김씨에 대해서는 전국 일간지에 징병, 학병을 찬양하며 선전·선동하는 글을 기고하는 등 친일반민족 행위를 했다고 결론내렸다.

보훈처는 지목된 인사들에 대해 일찍이 서훈취소 절차를 밟았으나, 김씨의 경우 행정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대법원이 항소심 결정을 받아들여 그의 친일 행위를 인정하면서 이번 서훈취소 결정에 이르게 됐다. 

김씨는 1891년 출생해 일본 와세대 대학교 정경학부를 졸업한 교육인 겸 언론인이다. 근대 계몽주의 운동가로 1920년 동아일보를 창간했고, 1932년에는 보성전문학교를 인수해 현 고려대학교를 공동 설립했다. 이를 공로로 인정받아 1962년 언론·교육 분야 건국공로훈장을 수상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말기 “(일제의) 징병제 실시로 조선인이 명실상부한 황국의 신민이 됐다”고 주장하는 등 친일행적이 적지 않아 논란이 컸다.

정부의 이번 조치에 항일운동가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는 14일 성명을 내고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인촌이 축적한 친일재산도 즉각 조사해 환수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며 “서훈으로 유족과 후손들이 받은 각종 우대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문재인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뒤집힌 현실 여전”

김씨의 서훈 취소에 이어 다른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추가 조치가 취해질지 주목된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인정한 인물 1006명 중 정부의 서훈을 받은 사람은 총 44명이었고 이들에게 수여된 서훈은 총 78건에 달했다.

문제는 정부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인정했음에도 서훈이 취소된 사례가 5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재정 의원은 “남은 39명에 대한 서훈 취소 검토는 전혀 진전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라며 “각 소관부처는 전면 재조사를 통해 친일반민족행위자에게 광범위하게 수여된 서훈 취소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도 친일청산이 아직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 가능성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현충일 기념사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뒤집힌 현실은 여전하다”고 했고,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일제와 친일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친일 부역자와 독립운동가의 처지가 해방 후에도 달라지지 않더라는 경험이 불의와의 타협을 정당화하는 왜곡된 가치관을 만들었다”며 “역사를 잃으면 뿌리를 잃는 것이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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