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이 1,000억원대의 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1,000억 규모의 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위해 배당 계획을 유보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결국에는 고액의 배당 정책을 유지키로 한 것이다. 배당은 대부분은 미국 본사에 송금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이번에도 국부유출과 고배당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씨티은행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한 주당 295원, 우선주 한 주당 345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약 938억9,133만원에 달한다.

씨티은행의 최대주주는 지분 99.98%를 보유하고 있는 ‘씨티뱅크 오버씨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COIC)’다. 이 회사는 씨티그룹이 100% 출자한 회사다. 배당액의 99.98%가 미국 본사로 송금되는 셈이다.

씨티은행은 막대한 배당금을 매년 본사에 송금해왔다. 높은 배당 성향과 해외 본사가 배당액을 전부를 가져가는 구조 때문에 고배당 논란과 국부유출이 끊이지 않았다. 2016년 주주 배당금액도 1,145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배당액과 배당성향이 전년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논란을 피하지 못할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배당 유보 계획을 밝힌 바 있어 곱지 않은 시선은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6월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최고경영자(CEO) 메시지에서 “오늘 이사회에서 2017년 사업연도의 이익 배당 유보를 건의했고 긍정적으로 논의됐다”면서 “한국에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박 행장의 발언은 점포 통폐합 논란과 철수설을 진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됐다. 지난해 씨티은행은 점포 80%를 줄여 통폐합한다고 밝히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은행 측은 디지털 금융 강화전략이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선 국내 철수 수순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당시 씨티은행은 철수설을 일축하며 국내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또 다시 거액의 배당을 실시하면서 이같은 말은 무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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