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가 14일 오전 긴급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조치를 규규탄하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설 명절을 이틀 앞두고 기습적으로 발표된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를 두고 지엠 측과 정부가 머리싸움을 하고 있다. 2차 단체교섭 후 일주일도 안 돼서 이같은 방침을 발표한 제네럴모터스(GM)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볼모로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무조건적인 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당장 생계가 달린 노동자들은 한 마디로 ‘중간에 낀’ 신세가 됐다. 아울러 GM 측의 무대포식 ‘벼랑 끝 전술’은 물론, 수차례 문제 지적에도 외면해왔던 정부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총파업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군산공장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 GM “신속한 결단 내려야” vs 정부 “실사 후 지원 결정”

지난 13일 오전 GM은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일환으로 군산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실시를 발표했다. 나아가 정부의 지원이 없을 시 다른 사업장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해 논란이 됐다.

카허 카젬(Kaher Kazem) 한국지엠 사장은 이날 서면을 통해 “이번 조치는 한국에서의 사업 구조를 조정하기 위한, 힘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우리 노력의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는 몇 년 동안 심각한 손실을 기록했으며, 생존할 수 있는 조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중대한 조치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며 “첫 단계로 올해 5월 말까지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배리 앵글(Barry Engle) 총괄 부사장 또한 보도자료를 통해 “지엠은 글로벌 신차 배정을 위한 중요한 갈림길에 있다”며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와 관련해 지엠이 다음 단계로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2월 말까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유감이라는 입장과 함께 “무조건적인 정부 지원을 없을 것”이라는 강경 방침을 내놓았다. 정부는 그러나 대량 해고 사태 발생을 우려해 고심에 빠진 상황이다. 오는 3월 각국 글로벌 공장을 대상으로 한 GM 측의 신차 배정에서 한국이 배제될 경우 나머지 공장들도 문을 닫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은 본사와 4개 공장, 연구소 등에 약 1만6,000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약 30만 개의 일자리가 연관돼 있다.

이에 정부는 한국지엠의 2대주주인 산업은행과 GM 측이 공동으로 자금 지원을 위한 실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사를 거쳐 자금회수 가능성을 따져본 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원이 결정되더라도 문제다. 과거 GM 호주법인도 2013년까지 1조7,000억원의 지원을 받았지만 회생가능성이 없다는 비판과 함께 호주 정부의 지원이 끊기자 곧바로 호주를 떠나버렸다.

실제로 GM은 호주 외에도 러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전 세계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사업장에 대해 사업 구조를 개편해왔다. 이에 한국지엠이 지난 몇 년간 적자에 시달리면서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먹튀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지난해 11월 28일 군산시청에서 열린 ‘한국지엠 사장 방문 간담회’에 참석한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환영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한국지엠 문제, 국정감사에서 이미 드러났었다”

금융감독원의에 따르면 2014년 3,534억 원이었던 한국지엠의 적자(당기순손실)는 지난해 6,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누적 손실은 2조5,0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회사의 적자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원인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GM의 고리대금과 매출원가율이 적자를 키운 주범이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지엠은 2013년 GM 관계사로부터 2조원 이상의 금액을 빌렸다. 그러나 평균 이자가 5.3%에 달하면서 2016년까지 4년 동안 이자로 4,630억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국지엠의 매출원가율(매출액 중 매출원가 비율)도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완성차 4개사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80.1%다. 반면 한국지엠은 93.8%에 이른다. 이에 지상욱 의원은 “한국지엠의 매출원가율을 업계 평균으로 맞추면 2조원의 적자가 3조원의 이익(당기순이익)으로 변경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때문에 노조에서는 정부가 이미 한국지엠의 경영상 문제를 직시하고 있었음에도 지금껏 사안을 방치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한국지엠의 심각한 경영상 문제들은 이미 국정감사 등을 통해 드러났었다”면서 “그럼에도 정부와 산업은행은 손 놓고 있다가 이제 와서 공정한 실사를 운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노조가 중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지만, 본사 측에서 아무런 대책이나 대안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 7~8일 1,2차 단체교섭에서도 구체적인 대안은 없고 그저 앓는 소리만 하고 있었다. 문제 해결 의지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14일 오전 9시 한국지엠지부는 긴급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무능경영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한국지엠을 규탄했다. 노조는 또 결의대회 후 이어진 제59차 한국지엠지부 확대간부합동회의를 통해 총파업에 대한 세부사항 논의와 ‘30만 일자리 대책위’ 즉시 가동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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