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실의 줌인] ‘흥행불패’ 나영석의 성공법

‘스타 PD’ 나영석의 전성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 CJ E&M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독보적인 존재감이다. 연예인도 아닌데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스타’가 어색하지 않다. ‘스타 PD’ 나영석의 전성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2007년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시작된 그의 전성기는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이어지며 도무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예능계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그의 활약은 현재 진행형이다.

2001년 KBS 27기 공채 프로듀서로 입사한 나영석 PD는 ‘출발드림팀’, ‘스타 골든벨’, ‘여걸식스’ 등을 거친 뒤 2007년 ‘해피선데이-1박2일’을 최고의 전성기로 이끌었다. 2012년 CJ E&M으로 이적한 그는 론칭하는 프로그램마다 줄줄이 성공을 거두며 tvN 예능 간판 PD로 입지를 다졌다.

나영석 PD는 tvN에서 ‘꽃보다’ 시리즈 7편, ‘삼시세끼’ 시리즈 5편, ‘신서유기’ 외전 포함 6편, ‘신혼일기’ 2편, ‘윤식당’ 2편, ‘알쓸신잡’ 2편 등 6개의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편수로는 무려 24편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는데 나영석 PD에게는 실패의 경험이 필요 없는 듯하다. ‘신혼일기’ 시즌2가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아쉬운 성적표를 받긴 했지만 이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나영석 PD는 단순 연출자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고 시청자는 그를 ‘믿고 보는 연출자’로 인식한다. 이름만으로도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모으는 나영석 PD.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 나영석의 ‘탁월한’ 인물 사용법

나영석 PD의 가장 큰 장점은 탁월한 인물 사용법이다. 예능인이든 비예능인이든 나 PD의 프로그램 안으로 들어오면 예능감과 장점이 마구마구 터져 나온다. 또 나 PD는 대중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그들의 숨겨진 매력을 기막히게 찾아내 ‘호감형’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나영석의 페르소나 강호동(왼쪽)과 이서진. < CJ E&M, 뉴시스>

대표적인 스타는 강호동과 이서진이다. ‘나영석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두 사람은 나 PD와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먼저 ‘해피선데이-1박2일’부터 ‘신서유기’ 시리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강호동. 그는 큰 목소리와 과도한 리액션이 트레이드 마크인 카리스마 넘치는 MC다. 나 PD는 이러한 강호동의 모습 속에 숨겨진 여린 마음과 따뜻한 인간미를 잘 담아낸다. 방송 외 시간에 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누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는 장면이나 ‘신서유기’ 촬영 당시 자신에게 길을 가르쳐주던 중국인에게 감동해 눈물을 흘리던 모습 등을 통해 시청자들은 방송만으로는 알 수 없던 강호동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한다.

이서진도 빼놓을 수 없다. 개국 10주년 기념으로 진행된 ‘tvN10어워즈’에서 대상의 영광을 안았을 정도로 tvN을 대표하는 스타로 자리매김한 것. 배우 이서진이 예능인으로서 대상까지 거머쥐게 될지 누가 알았을까. 나 PD라 가능했다. 이서진과 나 PD의 인연도 ‘1박2일’에서 시작됐다.

예능에서는 낯선 캐릭터였던 이서진은 남다른 입담을 뽐내거나 뛰어난 개인기를 소유하지도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까칠하고 말도 없던 그에게 나 PD는 ‘미대형’이라는 캐릭터를 입혔고 꾸며내지 않고 이서진 특유의 모습, 그 자체를 부각시켰다. ‘삼시세끼’ 시리즈와 ‘윤식당’ 등을 통해 이서진은 겉으로는 까칠하면서도 결국 다 들어주는 착한 형, 또 뒤에서 세심하게 챙겨주는 ‘츤데레’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호감형’ 예능인으로 자리 잡았다.

◇ 나영석의 판타지

“내가 즐기고 좋아하지 않으면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나.” (나영석)

나영석 PD의 두 번째 성공 비결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나 PD가 론칭한 거의 모든 프로그램은 요리와 여행이 주요 소재가 된다. 나 PD 본인도 “나는 음식과 여행 프로그램 말고는 잘 못한다. 음식 나오고 여행 나오는 프로가 그렇게 좋다. 앞으로도 그것만 할 것 같다”고 말할 정도.

또 나 PD는 프로그램을 통해 ‘판타지’를 실현한다. 지난 13일 진행된 ‘윤식당2’ 제작진 공동 인터뷰에서 그는 “놀러 갔냐고 얘기 들을까 봐 말하지 않는 편이지만, 판타지가 없으면 사실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가 보고, 내가 경험을 해서 즐기고 좋아하지 않으면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좋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다”며 “(제작진과) 회의를 하거나 얘기를 할 때도 각자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런 것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대부분의 콘텐츠에는 제작진의 판타지 또는 꿈이 섞여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즐기는 사람은 못 이긴다’는 말이 있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판타지를 작정하고 녹여내는 나영석 PD를 누가 이겨내겠는가. 특히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즐기지 못하고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의 사람들에게 나영석 PD와 제작진의 판타지는 비록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내가 그곳에 있는 것과 같은 대리만족과 함께 ‘힐링’을 제공하고 있는 듯하다.

나영석 사단이 다양한 협업으로 tvN을 꽉 채우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주 나영석 이진주 < CJ E&M 제공>

◇ 나영석 사단의 활약

‘신서유기’부터 ‘윤식당’까지 tvN의 1년을 꽉 채우는 많은 프로그램들을 나영석 PD가 오로지 혼자 기획하고 연출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후배들과의 협업인 것. 나영석 PD의 경험과 탄탄한 연출력에 젊고 참신한 후배들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더욱 풍성하고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이 완성된다.

지난해 ‘신서유기3’을 시작으로 ‘신서유기4’(6월~8월), ‘신서유기 외전-꽃보다 위너’(11월)와 ‘신서유기 외전-강식당’(12월)까지 무려 네 개 버전이 방송된 ‘신서유기’는 신효정 PD와 함께했고 tvN 역대 예능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윤식당’은 이진주 PD와의 협업이다.

또 교양 예능이라는 신선한 시도로 시즌 2까지 제작되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 ‘알쓸신잡’은 양정우 PD와, 그동안 나 PD가 시도하지 않았던 남녀 간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신혼일기’는 이우형 PD와 함께 작업했다.

나영석 PD는 후배들과의 협업에 대해 ‘소재의 다양성’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나 PD는 “혼자 작업을 하면 내가 좋아하는 칼라는 명확하기 때문에 한 가지 또는 두 가지 한정된 소재로만 방송될 거다”라며 “질릴 수밖에 없다. 후배들과 서로의 강점을 공유하며 일을 하는 방식이 조금 더 다양한 방송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당분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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