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북한 지명인 사리원을 특정인이 독점 사용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일명 사리원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본문에 언급된 업체의 실제 메뉴와는 무관함. <픽사베이>

[시사위크=김민성 기자] 북한 지명인 ‘사리원’의 사용을 두고 빚어진 서울의 한 불고기 가게와 대전 냉면 가게 간 법적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대법원이 특허법원의 판결을 깨고 사리원은 널리 알려진 지명이라 독점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불고기 가게에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가게 됐다.

20일 대법원 3부는 사리원불고기 대표 라모 씨가 사리원면옥 대표 김모 씨를 상대로 낸 상호등록 무효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환송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리원은 조선시대부터 유서 깊은 곳으로 알려졌고, 일제 강점기를 거쳐 그 후에도 북한의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라며 “상표법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리원 상표권을 둘러싼 분쟁은 대전에서 냉면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가 서울에서 불고기 가게를 운영하는 라모 씨에게 사리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한 데서 촉발됐다. 1996년 자신의 사리원면옥을 상호로 등록해 다른 업체가 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었다.

1992년부터 식당을 운영해온 라씨는 지리적 명칭을 상호로 등록하는 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특허법원은 김씨의 사리원면옥 상표가 등록된 1996년 당시 사리원이라는 명칭은 일반 수요자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북한의 대표 명칭인 사리원은 일반에 널리 알려진 지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등록결정일인 1996년 6월 당시를 기준으로 일반 수요자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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