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1호 정기주총의 주인공이 된 넥센타이어가 재직기간이 10년에 달한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같은 화두가 사회적으로 꾸준히 제기되면서 그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사외이사다. 오너일가 및 경영진의 각종 부정행위를 감시 및 견제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IMF 사태를 겪으면서 국내에 본격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는 그동안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오너일가 및 경영진과 가까운 인물이 선임되거나, 전관예우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평생직장처럼 오랜 기간 재직하는 것도 문제였다.

하지만 최근의 추세는 크게 달라졌다. ‘허수아비 사외이사’에 대한 지적과 비판이 꾸준히 나오면서, 많은 기업들이 적극적인 개선에 나섰다. 물론 여전히 전관예우형 사외이사가 존재하지만, 적어도 재직기간이 10년을 넘는 ‘장수 사외이사’는 크게 줄어든 상태다. ‘큰 손’ 국민연금이 사외이사와 관련된 의결권 행사 지침을 강화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 재직기간 10년 채운 사외이사 재선임한 넥센타이어

이러한 추세 속에 올해도 ‘1호 정기주주총회’의 주인공이 된 넥센타이어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넥센타이어는 지난 19일, 정기주총을 개최했다. 2018년의 첫 정기주총이다. 넥센타이어는 2000년부터 19년 연속 ‘1호 정기주총’의 타이틀을 이어가고 있다. 2006년에는 당초 발표했던 정기주총보다 빨리 개최하겠다는 기업이 나오자 날짜를 앞당겨 진행하기도 했다. 이는 “상장한 기업은 최대한 빨리 경영실적을 공개해야 한다”는 강병중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행보다.

하지만 이날 주총에서 통과된 안건 중 하나는 상장사의 바람직한 행보와 다소 거리가 있었다. 바로 전태준 사외이사의 재선임이다.

전태준 사외이사는 2008년부터 넥센타이어 사외이사 자리를 지켜왔다. 2015년까지는 넥센타이어의 유일한 사외이사였고, 올해로 재직기간 10년을 맞았다. 그런데 이번 재선임으로 3년의 임기가 추가됐다. 이를 마칠 경우, 재직기간은 13년에 달하게 될 전망이다.

전태준 사외이사는 보통의 사외이사와는 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다. 보통은 경영, 회계, 세무, 법조 전문가들이 사외이사를 많이 맡곤 하는데, 전태준 사외이사는 의료인이자 군인 출신이다. 과거 의무사령관을 지냈고, 포천중문의대 총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사외이사에 부적합한 것은 아니지만, 다소 특이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의 재직기간이다. 사외이사의 장기 재직이 부적절한 이유는 오너일가 및 경영진과 유착관계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외이사의 핵심 요건인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 요소다.

각 기업별로 금액은 다르지만, 사외이사는 꽤 쏠쏠한 보수를 받는다. 넥센타이어의 경우 지난해 사외이사 1명당 평균 3,500만원의 보수가 지급됐다. 상근직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나 괜찮은 수익이다. 물론 그만큼 책임이 따르긴 하지만 말이다. 다만, 이러한 수익에 익숙해져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에 소홀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국민연금은 사외이사의 장기재직에 제동을 걸고 있다. 또한 매년 주요 기업들의 정기주총 안건을 분석하고 있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역시 3년 임기를 2번 이상 연임(총 9년)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한편, <시사위크>는 이러한 지적에 대한 입장과, 해당 사외이사를 꾸준히 재선임하고 있는 배경 등을 넥센타이어 측에 물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