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오는 21일 중미 6개국과 자유무역 협정문에 서명한다. 사진은 16년 말 중미측 대표들과 주형환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협상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지난 2015년 여름부터 진행된 한·중미 FTA 협상이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당장 오는 21일 가서명 상태였던 협의안에 공식적으로 도장이 찍히며, 이를 위해 중미 수석대표단이 한국을 찾은 상태다. 현지 언론 또한 지난달부터 “FTA 발효가 임박했다”고 보도하며 한국과의 교류·협력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 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는 중미 국가들은 코스타리카·엘살바도르·온두라스·니카라과·파나마의 5개국이다. 과테말라 또한 협정 발효 후 별도의 가입절차를 거쳐 FTA에 참여할 예정이다. 무역 관계자들은 이들 6개국에 대해 “소득은 높지 않지만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이번 자유무역협정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 위기의 자동차·철강, 한 숨 돌릴까

제3국의 통계가 다수 섞여있는 선박 분야를 제외하면, 한국과 중미 6개국의 교역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자동차산업이다. 중미 6개국에 대한 한국의 승용차·화물자동차·타이어 및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지난 2015년 기준 6억1,100만달러 가량으로 집계된다.

최근 국내 자동차업계는 수출 최대시장인 북미지역에서 고전하며 실적이 주춤한 상태다. 17년 대 미국 자동차 수출(수량 기준)은 약 78만대로 전년 대비 8% 감소했다. 반면 자국 내 승용차 생산기반이 없는 중미 국가들은 모든 수요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수출다변화를 위한 좋은 공략 대상으로 평가된다.

현재 중미시장에서 한국의 주요 경쟁상대는 미국과 일본·인도·태국 등이다. 이미 각 나라와 차종별로 약 10~40%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해둔 한국은 FTA를 통해 경쟁국들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엘살바도르와 니카라과·온두라스는 수입산 승용차에 높게는 30%까지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해당 관세가 철폐될 경우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경쟁력이 상당히 높아질 전망이다.

중미 6개국에 대한 한국의 주요 수출입 품목. <그래프=시사위크>

한편 미국이 각종 수입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철강 산업도 FTA의 효과를 톡톡히 볼 업종으로 뽑혔다. 한국무역협회는 한국 기업들이 중미 현지에서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를 다수 수주했기 때문에 철강 및 건설장비 수요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 커피에 사탕수수·파인애플까지… 값싼 열대작물 온다

한국 또한 협상국들에게 시장의 문을 활짝 열었다. 온두라스에겐 전체 수입액 중 98.7%를, 코스타리카와 니카라과에는 전액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과테말라는 추후 협의를 통해 관세율을 확정할 예정이다.

커피는 중미 공화국들의 가장 중요한 수출품이다. 커피 재배에 적합한 화산재 토양이 풍부하며 기후 또한 알맞다. 파나마를 제외한 협상대상 5개 국가가 모두 세계 커피생산량 20위 이내에 들어있을 정도다(온두라스 6위·과테말라 10위).

최근 커피소비량이 부쩍 늘어난 한국 또한 주요 소비국 중 하나다. 한국의 커피 수입량은 지난 14년부터 16년까지 연평균 7.1% 증가했으며, 2016년에는 6억3,000만달러 이상을 커피수입에 사용한 것으로 집계될 정도다. 이번 FTA는 코스타리카와 온두라스 등 중미 고산지대의 유명 커피들이 더 낮은 가격으로 수입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과테말라가 협정에 합류하면 스모크 커피의 대명사인 안티구아 커피도 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커피와 함께 사탕수수·열대과일과 해산물 등 다수의 현지 식품도 자유무역의 수혜를 등에 업고 한국시장을 찾을 예정이다. 단 이들 중 상당 부분은 향후 수년에 걸쳐 관세가 점진적으로 조정되며, 쌀과 양파 등 일부 농산품은 국내 농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개방 목록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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