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들이 합의하면서 2월 임시국회가 13일 만에 정상화 됐다. 이에 따라 상임위별로 전체회의 일정이 속속 잡혔고, 21일에는 국회 운영위를 비롯해 법사위, 외통위, 산자위, 복지위, 농해수위 등 6개 상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상임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상임위별 피감기관의 현안보고와 이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로 회의가 진행된다. 이는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행정부를 감시해야하는 입법부 고유 업무 중 하나다. 때때로 정부를 비판하는 입장인 야당의 국회의원과 장관들의 날선 공방전이 펼쳐지는 전쟁터가 되기도 한다.

◇ 수만명 지휘하는 수장도 국회의원 앞에서는 ‘을’

사실 현안보고와 질의는 장관이나 주요 부처 수장들 입장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자리다.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만명을 지휘하지만, 국회에서 만큼은 피감기관으로서 ‘을’의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대가 해당 부처 출신이거나 다선중진 의원일 경우에는 더 난처한 경우가 많다. 답하기 곤란한 내용을 계속 캐묻거나, 일방적인 질타만 받을 때도 적지 않다. 한 전직 장관은 사석에서 기자와 만나 “정말 난도질을 당하는 느낌”이라고 술회했었다.

국회의원들의 거센 공세에 피감기관의 수장들도 나름의 노하우를 쌓게 되는데, 가장 많이 보이는 유형이 ‘방어형’이다. 국회의원의 질의 내용 가운데 사실관계에 대한 해명 외에는 철저하게 원론적 답변을 고집하는 방식이다. 때로 ‘무능하다’ 혹은 ‘아는 게 무엇이냐’ 등의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논란의 소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장 안정적인 방식이다.

방어형 자세는 주로 관료출신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인들과 달리 언론에 회자되는 것을 원치 않고 매사 신중함이 요구되는 공무원 사회의 성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주로 거론된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총리였던 황교안 전 총리도 이른바 ‘로우키’ 전략을 통해 철저히 방어형 자세를 취했다. 최순실 게이트 초창기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검찰에서 명명백백하게 수사할 것”이라는 말만 반복했던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도 비슷한 분류다.

그런데 ‘방어형’ 인사들의 답변 중에서도 때로는 돌출발언이 나오기도 한다. 이는 국회의원들의 일방적 공세에 울분을 참지 못하거나, 지능적 유도심문에 말리는 케이스다. ‘엇박자’ 논란이 적지 않았던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대표적 사례로, 교체설이 끊이지 않았던 배경이기도 하다. 본인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고, 청와대도 교체설은 수차례 부인한 바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송 장관을 두고 “장비 스타일”이라고 표현했다. 송 장관을 신뢰하지만, 가끔은 곤혹스러울 때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깐깐한 청와대 참모진과 능수능란한 고단수 정치인

임종석 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비록 피감기관이지만 수세에 머물지 않고 할 말은 다하는 ‘공격형’ 인사들도 있다. 주로 청와대 참모진들이 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전희경 한국당 의원과의 설전이 그 사례다. 당시 전 의원이 “주사파와 전대협이 장악한 청와대의 면면을 봤다”고 주장하자 임 실장은 “그게 질의냐. 모욕적”이라며 맞받아친 바 있다.

이는 청와대 참모진들의 모습이 대통령과 동일시되는 측면이 있기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김기춘 비서실장이나 참여정부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 양정철 비서관들도 마찬가지다. 양 전 비서관은 최근 펴낸 자신의 책에 “철저하게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최선의 방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의원들과 공방을 주고받는 단계를 넘어, 역으로 허를 찌르는 ‘역습형’도 있다. 정치 내공이 만만치 않게 쌓이고 언변이 뛰어난 정치인 출신들 사이에서 이 같은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국회의원 등 정치경험이 풍부하기에 의원들의 노림수를 파악하고 맞춰서 대응하는 방식이다.

첫 손가락에는 이낙연 총리가 꼽힌다. 지난해 대정부질의 때 김성태 한국당 의원이 아베총리 발언을 인용해 ‘한미관계 균열’을 지적하자 이 총리는 “김성태 의원이 한국 대통령 보다 일본 총리의 말을 더 신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4선 출신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역습형’ 국무위원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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