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대표하는 주류기업 보해양조가 지난해 판관비 축소로 1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반면, 무학은 판관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큰 폭의 실적 하락을 경험했다. 사진은 보해양조의 대표 제품인 잎새주와 무학의 좋은데이 소주. <각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각각 영남과 호남을 대표하는 주류 기업인 보해양조와 무학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보해양조는 한때 업계 트렌드였던 소다주의 시들해진 인기와 대표이사들의 인사 잡음에도 불구하고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반면, 국내 3대 주류 업체이기도한 무학은 침체된 업황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부산의 맹주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 허리띠 졸라맨 보해양조… 깜작 흑자 달성

보해양조가 깜짝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3분기 6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면서 2년 연속 적자 경영을 이어갈 가능성이 컸던 이 회사는 막판 뒷심을 발휘, 총 20억원(잠정 수치)의 흑자 달성을 이뤘다. 비록 탄산주 열풍이 일었던 2015년 무렵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과지만, 지난해 경영 환경이 결코 녹록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전했다는 평가다.

당기순이익도 흑자 전환했다. 2016년 7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보해양조는 지난해 10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보해양조가 100억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남긴 건 지난 2011년 후 6년 만이다.

이 같은 성과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기에 가능했다. 보해양조는 손익구조가 변동된 주요 원인으로 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각종 관리비용 절감을 꼽았다. 자칫 적자기조가 장기화 될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불필요한 판관비 지출을 줄이는 현명한 처신 덕에, 매출이 감소한 가운데서도 흑자를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보해양조는 침체된 주류업계에서도 유독 힘든 시절을 보냈다. 탄산주 열풍의 주역인 ‘부라더 소다’의 인기가 식으면서 거센 후폭풍을 맞아야했다. 부라더 소다를 앞세운 수도권 진출 전략은 안방인 호남시장 점유율을 경쟁사에 내주는 뼈아픈 결과로 돌아왔다. 동시에 수도권 시장 공략을 위해 선보인 저도주 ‘아홉시반’을 3년 만에 시장에서 철수시키는 아픔도 겪었다.

대표이사 인사를 둘러싼 잡음은 보해양조의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젊은 여성CEO로서 재계에서 촉망받던 오너가 3세 임지선 대표가 비중이 적은 해외사업을 전담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좌천설이 나돌았다. 임 대표가 야심차게 선보인 신제품들이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지 못하자, 그 책임을 지고 주력인 국내 부문을 채원영 공동대표에 일임했다는 게 업계 정설이었다. 뒤이은 채 대표의 사의표명은 보해양조를 향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 안방 1위 자리 내 준 무학… 실적도 반토막

보해양조 관계자는 “정확한 판관비 변화는 3월 주총을 앞두고 발표될 감사보고서를 통해 공개가 가능하다”면서 “다만 바깥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임지선 대표는 국내사업까지 총괄하고 있으며, 채원영 대표이사 역시 사의를 표명한 건 사실이지만 현재도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경남을 대표하는 주류기업인 무학은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전년 대비 45% 하락한 285억원의 영업흑자를 달성하는데 그쳤다. 매출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같은 기간 7.3%, 15.9% 줄어든 2,505억원과 517억원에 머물렀다.

판매관리비에 발목을 잡혔다. 무학 측은 “주류 매출액이 감소하고 수도권 공략 및 자도지역 경쟁 심화에 따라 판매관리비가 증가하면서 주류부문 영업이익 줄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무학은 지난해 말 텃밭인 부산에서 경쟁사인 대선주조에 7년 만에 점유율 1위를 내주는 뼈아픈 결과를 맛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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