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코너에 몰리고 있다.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 난항과 대우건설 매각 무산, 그리고 최근 한국GM 사태까지. 줄줄이 악재가 거듭되면서 그에 대한 경영능력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동걸 회장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수습하기에도 벅찬 모습이다. 대우건설 기업 정상화 절차의 경우 전면에서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GM사태 해결만으로 바쁜 모양새다.

◇ 기업 구조조정ㆍ자회사 매각 '헛발질'

이동걸 회장은 취임 5개월째를 맞고 있다. 공교롭게도 전임 회장과 이름이 같은 그는 지난해 9월 산업은행 회장에 올랐다. 친정부 인사라는 꼬리표가 붙긴 했지만 안팎에선 기대가 높았다. 기업 구조조정과 자회사 매각 등 무거운 과제들이 그의 앞에 놓였지만 과거의 경영 방식과는 다른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는 점차 실망감으로 변해가는 모양새다. 수개월째 금호타이어 경영 정상화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다 최근 대우건설 매각 무산 사태로 시장의 실망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다.

대우건설 매각은 해외 사업장의 돌발 부실이 드러나면서 좌초됐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호반건설이 뒤늦게야 3,000억대 손실이 확인되자 인수를 포기했다. 산업은행 측은 이같은 부실을 사전에 몰랐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선 불신이 강하게 제기됐다. 설령 몰랐다고 하더러다도 자회사 관리에는 여전히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 셈이기 때문이다.

매각이 무산된 뒤에야 이 회장이 직접 원인 파악에 나섰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대우건설 임원에게 회사의 문제점과 회생 방안을 보고서로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또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 손실 보고 지연 배경과 다른 해외 사업장의 부실가능성 등에 대한 조사도 요구했다. 아울러 임원들과 개별 면담을 하겠다는 의중을 밝히는 등 강한 압박을 넣고 있다.

새로운 사장 선임 절차 착수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장이 대우건설 임원들에게 요구한 보고서에는 후임 사장으로 적합한 인사를 묻는 항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신임 사장 선임 절차 착수를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 대우건설 정상화 챙기겠다고 나섰으나 반응 냉랭

현재 대우건설은 산업은행 출신인 송문선 대표가 직무대행체제로 지난해 8월부터 이끌어가고 있다. 그는 전임인 박창민 전 대우건설 사장은 ‘최순실 낙하산’ 논란에 휘말려 사퇴한 뒤 자리를 맡게 됐다. 산업은행은 이번 매각 무산 사태에 대한 책임과 향후 경영 정상화 작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사장 선임 절차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런 이 회장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냉랭한 분위기다. 대우건설 임원 및 경영인에게는 책임 잣대를 엄중하게 두면서 정작 자신은 뒤로 빠져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 회장은 헐값 매각 우려에도 신속 매각 원칙만을 앞세워 대우건설 매각을 강행한 장본인이다. 이번 매각 실패를 두고 대우건설 노조는 앞서 성명서를 통해 “자금 회수에만 눈이 멀어 인수 희망자에게 매각하려는 회사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졸속으로 진행한 결과”라며 지적했다. 또 대우건설 경영 악화 배경에 대해 “산업은행의 낙하산 인사에와 이를 수행한 책임자들에 의한 결과물”이라고 책임을 물었다.

노조는 이 회장의 최근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과도한 경영 간섭 움직임을 보일 경우 좌시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조만간 노조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의지와 달리, 당분간 대우건설 정상화 이슈를 주력해서 살피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한국GM 사태 수습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라는 평가다.

세간의 평가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경영 리더십을 논하기는 어렵다”며 “현재 불거진 사안은 어떤 CEO가 와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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