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글로벌이 유인태 전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정기주총에 상정할 예정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왔다. 지난 19일, 19년 연속 ‘1호 정기주총’을 실시한 넥센타이어를 시작으로 대다수 상장 기업들이 3월 정기주총을 앞두고 있다.

정기주총 시즌, 주목받는 것 중 하나는 각 기업이 선임하는 사외이사의 면면이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인물이나 의외의 인물이 선임되기도 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법조계 출신 인물 등이 사외이사 후보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오롱글로벌의 행보는 단연 눈에 띈다. 정치인 출신의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코오롱그룹의 과거 전력으로 인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은 상황이다.

◇ 이명박 정권 시절 각종 의혹… 참여정부 주요 인사 영입 추진

코오롱글로벌의 새 사외이사 후보는 유인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유신 시절 민청학련 사건의 피해자로 사형 선고를 받은 바 있는 그는,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17대와 19대 등 3선을 지냈다. 노무현 정권의 초대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하기도 했고, 당내 최고위원과 인재영입위원장 등을 거치는 등 입지가 상당했다. 현재는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났지만, 여당 원로로서 정치적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오는 3월 23일 정기주총에서 유인태 사외이사 후보의 선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는 5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으며 이 중 1명이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를 대신해 유인태 전 의원이 낙점된 것이다.

문제는 코오롱그룹의 전력이다. 정치권과 비리로 얽혀 논란에 휩싸인 전력이 있다. 또한 현재진행형인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의혹에도 연결고리가 있다.

코오롱그룹은 이명박 정권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동시에 특혜, 비자금 등 의혹의 중심에 섰다. 코오롱워터텍이 4대강 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고, 관련 공무원들에게 10억원대 현금을 살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한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삼화저축은행 비리 사건 당시 핵심인물로 거론된 바 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은 코오롱그룹과 깊은 인연이 있다. 1961년 코오롱에 공채 1기로 입사해 1977년 사장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정계에 진출했을 때도 코오롱 출신 인물들을 보좌관 등으로 데려다 썼다. 하지만 이후 코오롱그룹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고,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의혹 중엔 ‘국정원 블랙리스트’, ‘국정원 특활비 유용’ 등도 있다. 이 의혹의 중심엔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있는데, 그 역시 코오롱그룹 출신이다. 코오롱그룹에 35년간 근무했으며, 이른바 ‘코오롱 이상득 라인’의 대표인물로 꼽힌다.

이처럼 코오롱그룹은 그동안 정치권과 밀접한 행보를 이어왔다. 비단 이명박 전 대통령 측만 가까운 게 아니다. 코오롱그룹 오너일가는 정치권의 유력인사들과 혼맥으로 얽혀있고, 이웅열 회장은 박지만 EG그룹 회장과 학창시절부터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故) 이원만 창업주가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인데, 이러한 특성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글로벌의 정치인 출신 사외이사 선임 추진은 이러한 측면에서 불편한 시선을 받는다. 그동안 정치권과 부적절한 내용으로 여러 차례 얽혔던 코오롱그룹이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뀐 상황에서, 정치권에 또 다른 줄을 대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편, <시사위크>는 정치인 출신인 유인태 사외이사 후보의 선임 추진 배경 등을 코오롱글로벌 측에 물었으나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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