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임제한 폐지를 통해 장기집권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신화>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시 황제’의 길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다수의 외신은 25일(현지시각)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국가주석과 부주석은 두 번까지만 연임할 수 있다’는 당의 규정을 삭제할 것을 발의했다고 보도했다. 연임제한 규정이 사라지면 시진핑 국가주석은 임기 10년째를 맞는 2023년 이후로도 직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 1인 독재체제가 현실로

실제로 당 내규가 무효화되려면 오는 3월 5일 열리는 전국인민대표회의(NPC)에서 의결정족수를 넘는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NPC가 연임제한 삭제 안건을 부결시킬 것이라고 내다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CNN은 NPC의 표결을 ‘고무도장’이라고 표현하며 통과를 확실시했고, BBC 또한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가주석의 임기를 10년으로 제한한 것은 덩샤오핑 시대부터 확립된 전통이다. ‘집단지도체제’로 표현되는 의사결정구조도 마찬가지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일종의 과두제 역할을 맡으면서 개인이 아닌 당 중심의 권력체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1월 열린 중앙위원회 회의록에 ‘시진핑 주석에 따르면’이라는 표현을 담았다. CNN의 표현에 따르면 시진핑을 마르크스와 레닌, 마오쩌둥과 같은 반열에 올린 셈이다.

이렇다 할 경쟁자도 없다. 작년 10월 열린 전당대회에서는 상무위원회 자리를 모두 나이 많은 원로들로 채워 후계자를 양성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전임자인 후진타오 전 주석의 영향력도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친 후진타오계로 분류된 인사들 다수가 시진핑의 반부패운동에 덜미를 잡혔으며, 후진타오 전 주석 자신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드물어졌다.

1인 독재체제를 굳힌 시진핑 주석은 이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비견되고 있다. 지난 1999년부터 총리 두 번, 대통령 세 번을 번갈아 맡으며 모스코바의 제1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다음 달 열리는 선거에서 다시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마오쩌둥 이래 가장 강력한 중국의 권력자로 불리는 시진핑 주석은 푸틴 대통령이 밟아온 장기집권의 길을 그대로 걸어갈 준비를 마친 듯하다.

◇ 범아시아 경제 프로젝트에 탄력 붙을까

시진핑 주석의 입지가 확고해지면서 그가 제시했던 각종 경제정책들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우선 현재 추진되고 있는 거대 국가계획들이 영속성을 보장받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일대일로 프로젝트다. 한국을 포함해 약 80여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인도와 중앙아시아 등 인프라 수요가 높은 지역에 대한 투자계획과 함께 전 세계 GDP의 약 25%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구역의 탄생도 예고하고 있다.

이외에도 내적으로는 슝안 신도시 건설사업, 외적으로는 남아시아 군사항구 건설계획인 ‘진주 목걸이 전략’에 박차가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국가적 프로젝트일 뿐 아니라, ‘중국몽’으로 대변되는 시진핑 주석의 통치 이념이 담겼다는 공통점이 있다. 말하자면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인 셈이다.

한편 통화정책 전반에 대한 국가주석의 지배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우선 15년간 인민은행 총재를 맡으며 ‘중국의 그린스펀’이라고 불렸던 저우샤오촨 총재가 오는 3월 물러난다. 저우샤오촨 총재는 고정환율제를 폐지하고 양적완화 정책을 펼쳐 중국경제를 부흥시킨 일등공신으로 손꼽히지만, 시진핑 주석은 양적 성장보다 질적 안정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시장을 더 개방하길 원하는 총재의 성향도 중앙집권적 정책결정을 좋아하는 시진핑 주석과 양립하기 힘들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유력한 인민은행 총재 후보자로 궈슈칭 은행감독위원회 주석과 장차오량 후베이 당서기를 뽑았다. 다만 “둘 중 어느 쪽이 총재가 되더라도 그 영향력은 저우샤오환 총재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는 평도 함께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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