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백 장관 “‘미투’, 남성우월적 문화 깨는 전환점 되길”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보완 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정부가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 컨트롤타워를 가동한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사회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단 공직사회부터 점검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컨트롤타워의 수장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맡는다.

정부는 27일 여성가족부·기획재정부·교육부·행정안전부·인사혁신처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정책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의 성폭력 관련 대책은 각 부처에 흩어져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유기적 대응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현백 장관은 “범정부협의체가 구성돼 부처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각 부처가 여러 부문의 성희롱·성폭력 실태를 샅샅이 살피고,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현장에서 대책이 작용하는지 점검해 추가적인 대응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다음달부터 100일 동안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특별신고센터가 운영된다. 특별신고센터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설치되며 온라인 비공개 게시판을 통해 사건 신고를 접수할 수 있다. 접수된 사건에 대해서는 여가부가 관계기관에 조치를 요청하고 사건처리과정에서 피해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친고제 폐지 이후의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의사를 반영해 신고·고발조치를 통해 엄중 처벌되도록 할 방침이다. 또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 4,946개 기관에 대해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온·오프라인 특별점검도 실시된다.

공무원 대상 성희롱·성폭력 사건 관리체계도 강화된다. 정부는 사건이 발생하면 직급과 무관하게 중앙고충심사위원회에 고충심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국가공무원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법에는 6급 이하 공무원의 경우 중앙고충심사위원회가 아닌 각 기관에 있는 보통고충심사위원회에 사건을 접수하게 돼 있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인사 불이익 등 부당인사 행정을 받았을 경우 누구라도 제보할 수 있도록 ‘인사불이익 종합신고센터’도 구축된다.

특히 성희롱·성폭력을 저지른 공무원에 대한 제재가 강화된다. 모든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공무원은 벌금 300만 원 이상을 선고 받았을 경우 당연 퇴직될 수 있도록 국가공무원법 개정도 추진된다. 현행법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성폭력 등’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모든 성폭력’으로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미투 운동의 확산 속도에 비해 정부의 대책이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다양한 단계, 차관회의나 국무회의, 현안조정회의 여러 단계를 거쳤다. 저희가 내놓은 대책이 사실 현실성이 없는 추상적인, 그야말로 발표를 위한 종이 내의 대책이 아니기 위해서는 부처 간의 조정과 협력이 굉장히 중요했다. 부처가 할 수 있는 범주의 가능성, 범위와 가능성 부분도 논의가 필요했기 때문에 좀 시간이 걸렸다는 것에 대해서 죄송하다”면서도 “그러나 국가는 결코 성희롱 피해자들의 고통을 좌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현백 장관은 “먼저 저는 여가부 장관으로서 또한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용감하게 ‘미투’를 외친 피해자들의 결단과 용기에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 이들이 힘들게 고백한 사실이 구조적으로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 이들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남성 우월적 문화를 깨트리고 보다 성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거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공부문 성폭력 대책과 함께 민간부문 대책도 준비 중이다. 관계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민간부문 성희롱·성폭력 대책을 마련해 이르면 다음 주쯤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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