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에 대한 청와대 청원이 30여개 올라오고 있지만, 반응은 냉담하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신동빈 회장을 풀어주세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뇌물공여죄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되자 다음날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롯데그룹이 이른바 ‘사드보복’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것을 고려해 신동빈 회장을 풀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의 청원은 판결이 내려지기 하루 전부터 올라오기 시작했다. “신동빈 회장은 무죄다”, “신동빈 회장의 실형 및 구속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사드부지를 제공했고, 경제에 기여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27일에도 1개의 청원이 올라오는 등 현재까지 약 30여개의 청원이 올라와있다.

◇ ‘신동빈 석방’ 청원에 직원 동원? 너무 적은 ‘숫자’

이런 가운데, 롯데그룹이 청와대 청원에 직원들을 동원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일각에서 제기됐다. <세계일보>는 27일 롯데그룹 계열사 관계자의 말을 빌어 “롯데그룹이 전 직원에 대한 청원 참여 안내 지시를 그룹 차원에서 내렸다”고 전했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한 관계자 역시 이날 “회사 내부적으로 청원 링크가 포함된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 자신이 롯데그룹 소속 직원이라고 밝히며 청원에 참여한 이들도 눈에 띈다. 자신을 “롯데칠성음료에 근무하는 임원도 아니고 직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지난 22일 신동빈 회장의 구속 철회를 요청하는 청원을 게재했다.

이 청원의 댓글 중엔 “롯데마트 직원”이라고 밝힌 네티즌의 글도 있다. “중국 사드보복으로 롯데마트에 근무하는 많은 직원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이들이 실제 해당 계열사 소속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롯데그룹은 그룹차원의 지시나 독려는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자발적으로 청원에 참여하고 동료들에게 권한 직원들이 있을 수는 있지만, ‘조직적 동원’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등장한 신동빈 회장 관련 내용들은 그를 더욱 민망하게 만들고 있다. 2주에 걸쳐 30여개의 관련 청원이 올라왔지만, 실제 청원에 참여한 인원은 모두 합쳐 2,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가장 많이 참여한 청원에 1,500여명이 참여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한 자릿수의 저조한 참여를 보여주고 있다.

이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우선, 비슷한 기간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김보름, 박지우 관련 청원은 60만 명이 넘게 참여했다. 그밖에 수만 건에서 10만 건이 넘는 참여를 보인 청원도 적지 않다. 각각의 청원을 모두 합쳐도 참여인원이 2,000명을 넘기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된 ‘직원 동원설’과 달리 롯데그룹 내부에서조차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전체 임직원 수가 1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들 모두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관심을 두고 있진 않을 것이고, 해당 청원에 대한 생각이나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 해도 2,000명에 미치지 못하는 청원 참여인원은 사실상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한 재계관계자는 “해당 청원의 내용 자체가 워낙 얼토당토하지 않다. 아무리 롯데 직원이라도 애초에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오히려 직원들을 동원해 적잖은 숫자가 참여했다면 거센 역풍을 맞았을 사안”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신동빈 회장의 석방 등을 요구하는 청원은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의 답변까지 이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달 동안 20만 명 이상이 청원에 참여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불가능에 가깝다. 신동빈 회장에 대한 ‘답변’은 항소심 재판부를 통해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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