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가 신용등급 전망이 잇따라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시장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산 넘어 산이다. 수익성 악화로 시름하고 있는 롯데카드의 신용등급 강등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그룹 지원 여력 축소를 이유로 신용등급 전망을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수장인 김창권 사장의 한숨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롯데쇼핑 신용등급 전망 하락에 직격탄 

나이스신용평가는 26일 롯데카드의 장기신용등급(AA)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롯데쇼핑의 장기신용등급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조정되면서 그룹 지원력이 축소될 것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나이스신용평가는 그룹 주력사인 롯데쇼핑의 장기 신용등급(AA+)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롯데쇼핑은 롯데카드의 지분 93.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롯데카드는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와 적극적인 사업 연계와 고객 기반 공유 등으로 운영상 지원을 받아왔다. 이같은 비경상적 지원 가능성을 반영해 장기신용등급 부여 시 자체신용도 대비 1노치(notch) 상향조정해왔다. 하지만 모회사인 롯데쇼핑이 실적부진 등의 여파로 등급전망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지원 여력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된 것이다.

이미 다른 신용평가사들은 비슷한 이유로 롯데카드의 신용등급 전망을 조정해왔다. 지난해 11월 한국기업평가가 롯데카드 신용등급(AA)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한데 이어 지난달 한국신용평가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마지막으로 나이스신용평가까지 등급전망 조정에 나서며 롯데카드는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옐로카드’를 받게 됐다.

이에 따라 롯데카드의 자금 조달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카드사는 보통 회사채를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고 이 돈으로 대출 수익을 얻는 구조를 갖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진 가운데 신용등급 전망 저하로 자금 구하기는 더욱 녹록지 않게 됐다. 이는 가뜩이나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롯데카드에게는 엎친데 덮친격의 악재다.

◇ 신용도 하락에 자금 조달 여건 난항 

롯데카드는 지난해 3분기 26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카드가 분기 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2002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399억원으로 전년대비 66.01% 줄었다. 이같은 대규모 손실은 영업부진과 보유자산의 평가 손실 등이 영향을 받았다. 이같은 실적 부진으로 롯데카드에 대한 시장 신뢰도도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김창권 롯데카드 사장

지난해 3월부터 롯데카드를 이끌고 있는 김창권 대표가 신상품 개발과 핀테크 사업 확대로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지만 수익 개선 전망은 암울한 분위기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법정최고금리 인하, 규제 강화로 시장 여건 자체가 올해부터 급격히 악화되는데다 롯데카드는 그룹 악재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여기에 회사 매각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품고 있어 이래저래 경영 여건은 가시밭길이다.

일각에선 롯데카드의 경영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경우, 수면위로 가라앉았던 매각설도 다시 부상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주사(롯데지주) 체제로 전환되면서 금융 계열사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사는 금융 계열사를 보유할 수 없다. 이에 2년 안에 산하 금융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지주사 밖의 다른 계열사에 넘겨야 한다. 김 사장은 지난해 11월 롯데카드의 매각설에 대해 “카드는 롯데에 중요한 회사”라며 매각설에 선을 그었다.

신용등급평가사들은 롯데카드 경영 여건 변화를 면밀히 살펴 신용등급 결정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회사에 대한 롯데그룹의 지원가능성 저하 여부, 경쟁심화에 따른 시장지위 변동, 규제강화, 금리상승 등을 검토해 등급결정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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