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에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주가변동성도 큰 폭으로 높아졌다. 사진은 지난 6일 다우존스지수가 약 6년반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음을 알리는 뉴욕주식시장의 전광판.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2월은 주식투자자들에겐 잔혹한 달이었다. 국제경기가 호조를 보이며 작년 한 해 거침없이 높아졌던 주가가 큰 폭으로 요동쳤다. 주요국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증가했고, 세계 경제가 점차 동조화되면서 외국 주식시장의 혼란이 바다를 건너오는 속도도 빨라졌다.

올해는 다수의 국가들이 새 통화정책 담당자들을 전면에 배치할 예정이며, 이들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금리 인상이다. 정책노선의 변경은 더 많은 변동성을 뜻한다.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공동경영자 밥 프린스가 지난 12일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제시한 어두운 전망처럼, 주식시장은 앞으로 훨씬 많은 폭락과 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 미국 따라 불안정성 높아지는 국내증시

주가의 변동성을 측정하기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표는 S&P500지수를 바탕으로 설계된 ‘변동성지수(VIX)'다. 시카고선물옵션거래소(CBOE)가 발표하는 이 지수는 지난 1년여 간 낮을 때는 9, 높을 때도 12에서 15 선을 유지했다. 연중 변동성지수가 가장 높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 당시(17년 8월 10일)에도 16.04에 불과했다. 세계 주식시장이 전반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특별한 하방압력이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최근 한 달 간 미국 증시가 보여준 변동성은 그야말로 놀랄 만한 수준이다. 2월 1일(현지시각) 13.47이었던 변동성지수는 2일 17.31로, 주말을 보내고 새 주를 맞은 5일에는 무려 37.32(169.65% 증가)로 폭등했다.

이후 완만히 하락하던 변동성지수가 오늘 다시 기지개를 켰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26일 15.80까지 낮아졌다가 27일 18.59로 다시 반등했다. 월초의 혼돈에 비하면 다소 미미해보이지만, 2.79p(17.66%)라는 상승폭은 절대 낮은 수준이 아니다.

높은 변동성은 곧 투자자들 사이에서 위험회피심리가 확산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CNN이 발표하는 ‘공포와 탐욕 지수’는 0에서 100까지의 숫자로 표현되며, 수치가 낮을수록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더 높음을 뜻한다. 한 달 전 79였던 이 지수는 현재 17로,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말하는 중이다. 지수를 구성하는 6개 세부항목 중 변동성지수가 ‘중립’ 판정을 받았지만 장기평균 대비 현 주가지수의 상대강도를 측정한 ‘시장 모멘텀 지수’와 하락 종목 대비 상승 종목의 거래량을 뜻하는 ‘주가 폭 지수’ 등에 ‘극심한 공포’ 등급이 매겨졌다.

한국에도 주가의 변동성을 측정한 지표가 있다. KOSPI200지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VKOSPI가 그것이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하는 이 지수는 28일 현재 15.73을 가리키고 있다. 이 지표 역시 한동안 9에서 14 사이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들어 급등과 안정을 반복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 금리정책방향과 해외증시 동향에 주목

밥 프린스는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에 낀 짙은 안개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는 올해 확고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다”고 내다봤다. 실물경제의 성장세가 그만큼 뚜렷하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경제계에 대해선 “더 많은 격변이 일어날 것”이라는 평가를 남겼다.

한국의 경우 예상되는 ‘격변’ 중 가장 현실적인 것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계획이다. 작년 11월 1.25%였던 기준금리가 1.50%로 인상됐으며, 올해 중 1회 또는 2회 단행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오는 3월 4년간의 임기를 끝마친다. 4월 1일 취임할 예정인 새 총재를 두고 다양한 후보자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누가 선출되든 새 총재의 통화정책방향이 확정되지 않은 임기 초기엔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비둘기파에 친시장적 인사로 분류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조차 취임 당시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가장 큰 위험요인은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르는 미국발 증시 쇼크다. 한국시각 2월 2일(금요일)부터 시작된 뉴욕증시의 폭락은 다음 주 월요일 개장한 코스피·코스닥 시장에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최근에는 한국과 중국의 주식시장 간 동조성이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면서 글로벌 증시에 대한 더 많은 관찰이 요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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