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가에서 “선거제도가 문제다”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주요 정당은 지난해부터 국회 내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나섰다. 이에 시사위크도 8회에 걸쳐 대한민국의 선거제도 문제점을 짚고 국회의 선거제도 개편 방향을 제안하려 한다. <편집자 주>

 

20대 총선 지역구 득표수와 비례대표 득표수를 합산한 결과,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득표 이상의 국회의석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중앙선관위>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대한민국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는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발현된다. 따라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제도’는 다양한 주권자의 진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우리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살펴보면,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를 기본으로 비례대표제를 가미한 형태다. 선거구를 작은 단위로 나누고 각 선거구별로 1명의 다수득표자만 대표자로 선출하는 방식이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다. 국회의원 300석 가운데 253석을 이 같은 방식으로 선출한다.

◇ 거대양당, 실제 득표율 이상으로 국회의석 점유

비례대표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각 정당에 배분하는 방식이다. 2004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유권자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투표권을 개별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그 전까지는 후보자 투표와 정당투표를 구분하지 않은 채 ‘전국구’라는 이름으로 비례대표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했었다. 비례대표제는 정당 내 후보자를 정하는 방식에 따라 고정명부식, 가변명부식, 자유명부식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는 각 정당이 순위를 정하고 유권자는 정당에 대해서만 투표하는 ‘고정명부식’을 채택하고 있다.

다만 현 선거제도가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정당득표율과 실제 국회 의석수를 비교만 해봐도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최근인 20대 총선결과를 보면, 민주당은 지역구 선거에서 총 41.89%의 득표율을 기록해 지역구 의석 110석(43.47%)을 가져갔다. 반면 새누리당은 지역구 선거에서 43.4%를 득표하면서 민주당 보다 더 많은 표를 획득했으나 정작 지역구 의석은 그보다 적은 105석(41.5%)을 가져갔다.

정당득표와 지역구득표를 합산한 결과도 비슷했는데, 현 선거제도가 특히 소수정당에 크게 불리하게 나타나는 것이 확인됐다. 합산결과 득표율은 새누리당 40.47%, 민주당 35.26%, 국민의당 23.3%였으나 선거직후 기준 국회에 반영된 의석수는 새누리당 122석(40.6%), 민주당 123석(41%), 국민의당 38석(12.6%)으로 괴리가 확연했다.

역대 선거결과에서도 실제 득표보다 거대정당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39%와 35.9%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의석은 48.4%와 41.8%를 가져갔다. 17대 총선의 경우 열린우리당은 41.9%의 득표율로 53.1%에 달하는 의석을 챙겼고, 한나라당도 37.9%의 득표율로 41.2%의 의석을 차지했었다.

17대 총선부터 20대 총선까지 확인된 사표 수와 비율. 20대 총선은 사표의 비율이 과반을 넘기도 했다. <선관위, 참여연대>

◇ 사표(死票) 비율이 절반 넘었던 20대 총선

단 한 표의 차로도 당락이 갈리는 ‘승자독식’ 구조의 특성상 사표도 많았다. 물론 사표가 일부분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문제는 현 제도하에서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낙선자에 투표한 투표수는 각각 17대 1162만9856(49.99%), 18대 810만5059(47.09), 19대 1012만0550(46.44%)에 달했다. 특히 20대 총선에서는 1225만8430(50.32%)개의 사표가 발생, 그 비율이 과반을 넘기는 일도 발생했다. 유권자 의사의 절반이상이 그대로 버려지는 셈이다.

사표가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대표성의 문제도 지적된다. 선거구별 다수 후보자의 경쟁으로 30%대 초반 득표율로 당선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여기에 투표율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유권자 25% 정도의 지지만 가지고 당선된 것이다. 극단적으로 2000년 총선에서는 25.2%의 득표율로 당선된 사례도 있었다. 당시 투표율은 64.5%로 해당 지역구 유권자 80%의 의사는 대표되지 못한 셈이다.

한국정치학회와 선거제도 관련 공동세미나를 진행한 이내영 국회입법조사처장은 “단순다수제에 기반한 선거제도는 여전히 비례성 등의 측면에서 유권자의 선호를 반영하는데 한계를 갖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현재의 선거제도로는 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담아내기 어렵다는 반성이 제기됐다”고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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