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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가 문제다
[선거제도가 문제다③] 승자독식 소선거구제, 지역주의와 네거티브 부추겼다
2018. 03. 01 by 은진 기자 jin9eun@sisaweek.com
여의도 정가에서 “선거제도가 문제다”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주요 정당은 지난해부터 국회 내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나섰다. 이에 시사위크도 8회에 걸쳐 대한민국의 선거제도 문제점을 짚고 국회의 선거제도 개편 방향을 제안하려 한다. <편집자 주>

 

승자독식 정치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탈락자를 지지한 유권자의 의사는 쉽게 무시된다. 20대 총선 결과에서 알 수 있듯, 각 정당의 득표율과 국회의석 비율이 일치하지 않는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득표율과 상관없이 1등만이 선출되는 소선거구제에서는 ‘상대방은 최악이고 나는 차악’이라는 네거티브 프레임만으로도 당선이 가능하다. 지역주의도 심화된다. 양김(김영삼·김대중) 시절 회자됐던 ‘말뚝만 박아도 당선된다’는 말은 지금까지도 적용된다. 이렇다보니 정책 대결은 먼 얘기다. 지난 19대 대선에선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정책토론에 나서 ‘낙제점’을 받았던 홍준표 후보가 득표율 2위를 차지했다. 2018년 현재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도 소선거구제의 폐해는 여전하다.

2000년 4·13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문학진 후보는 상대진영의 한나라당 박혁규 후보에게 단 3표 차이로 졌다. 역대 국회의원선거 사상 가장 적은 표차이로 낙선한 사례로 기록됐다. 문 후보를 지지했던 1만6,672명의 유권자들은 투표권을 행사했지만, 국회의석수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 채 사표(死票)가 된 것이다.

이런 일은 매 선거마다 반복된다. 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한 문병호 후보가 26표 차이로 새누리당 정유섭 후보에게 패했다. 지방선거에선 ‘1표차’로 당락이 결정된 사례도 있다. 2002년 지방선거 때 충주시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곽호종 후보는 총 1,108표를 얻어 1,109표를 얻은 김종하 후보에게 패했다. 2014년 지방선거 때엔 강구덕 새누리당 후보가 이원기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2표 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렇다보니 사표방지 심리를 노린 선거전략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19대 대선 내내 여론조사 1위를 달렸던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진영은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지지하려는 유권자들의 사표방지 심리를 자극하는 발언을 자주 했다. 당시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우상호 의원은 “정의당에 대한 지지는 다음 선거에 해도 괜찮다. 이번에는 정권교체에 집중해주는 게 시대정신”이라고 했고, 선대위 전략본부장이었던 전병헌 전 의원은 “사실상 집권 가능성이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야 한다”고 했었다.

네거티브 선거전 역시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당연한 논리다. 1등이 되기 위해서는 정책 개발에 힘쓰는 것보다 상대 후보를 흠집 내 부동층을 끌어들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네거티브는 꼭 상대진영만을 겨냥하지는 않는다. 특정 정당의 지지율이 높은 지역에선 해당 정당 후보로 출마만 해도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당내 경선 과정에서부터 네거티브가 기승을 부린다.

같은 맥락에서 지역주의도 심해진다. 당내 경선 네거티브가 심화하는 이유는 ‘그 지역에서 유리한 특정 정당’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정당의 간판만 달면 당선 가능성이 90% 이상 높아지는 것이다. 이럴 경우 선거는 각 진영 간의 정책 대결이 될 수가 없다. 본선보다 예선이 더 치열한 상황에서 모든 정당은 지역 정당으로 고착화하는 악순환만 반복된다. 또 인지도가 높은 외부 인사를 ‘모셔다가’ 인물의 이미지에 기대 선거를 치르는 영입전도 경쟁적으로 이뤄진다. 그야말로 ‘주객전도’의 연속인 것이다.

표_20대 총선 호남·영남지역 정당별 득표율과 의석 비율 <참여연대>

제도적인 면에서도 소선거구제는 거대 정당 과대대표 현상을 만든다. 특히 20대 총선의 경우 호남·영남 지역에서 거대 정당이 과대대표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그 지역에서 얻은 정당 득표율과 의석 수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20대 총선 유권자 지지와 국회 의석 배분 현황 보고서’에서 “호남 지역에서는 국민의당이 46.08%를 득표했지만 의석은 28석 중 23석을 가져가며 82%가 넘는 의석율을 보였다. 정의당은 6.85%를 득표해 새누리당 득표율보다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호남 지역에서 의석 1석도 가져가지 못 한 반면 새누리당은 2석을 확보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은 영남에서도 똑같이 일어났다.

승자독식 정치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탈락자를 지지한 유권자의 의사는 쉽게 무시된다. 20대 총선 결과에서 알 수 있듯, 각 정당의 득표율과 국회의석 비율이 일치하지 않는다. 비례대표제는 이 같은 의석배분 방식의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에 불과해 그 효과가 미미하다. 19대 국회 때 54석이던 것을 여야 합의 하에 더 줄였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특징과 문제점’ 자료에서 “과다한 사표발생은 낮은 비례성의 원인으로 작용하지만 우리나라의 전체의석 대비 비례의석은 54석 18%수준에 불과해 비례대표제를 통해서도 낮은 비례성을 보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