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원장이 적임자" vs "국정원장은 배제하자"

문재인 정부의 초대 대북특사로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이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서 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특사 파견을 공식화하고, 서훈 국정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이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권에서도 다소 엇갈린 의견이 나오며 의견을 통일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북특사 후보로 서 원장과 함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초대 대북특사는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동시에 북미대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함께 요구받고 있어 누가 특사로 방북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서 원장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정태옥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정원이 남북회담을 주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간첩을 잡아야하는 국정원이 남북대화를 주관하는 것은 예부터 잘못된 관행인 만큼,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말고 통일부와 외교부에서 주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북한에서도 김정은의 여동생이 특사로 왔기에 우리도 어쨌든 가긴 가야 한다"면서도 "대북특사에 서 원장은 배제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하 최고위원은 "국정원장은 어쨌든 대북체제 전환의 책임자이자, 대북 비밀 사업의 수장"이라며 "그런 사람이 북한에 김정은을 만나고, 김정은 앞에서 머리 숙이는 모습은 국민들 자존심이 크게 상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정원장이 대북특사로 가고,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것이 일종의 관행"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이 관행, 이것도 적폐인데 이 적폐를 청산하자"고 주장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국정원장들이 특사로 방북한 바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노무현 정부에서는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특사로 갔다.

하지만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대북 문제에 있어서 전면에 나서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 원장이 북한을 꿰뚫고 있어 (특사로) 가는 것은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찬성한다"면서도 "정보기관장이 왜 나서느냐는 비판이 많으니 그런 부담을 안고 갈 필요가 있나. 정보기관은 뒤에서 뒷받침해주고 앞서서 가는 분 중에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뒤에서 일을 다 하면서도 절대 나서지 않고 차근차근하게 조언하고, 수집했던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본연의 국정원의 모습"이라고 충고했다.

이 때문에 과거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이 방북했던 것처럼 대북업무를 공식적으로 담당하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여동생을 보낸 것과 무게감을 맞추기 위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파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서 원장이 특사에 적임자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노무현에서 통일부 장관으로 대북특사 경험이 있는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북한은 '전에 만난 사람이냐 아니냐' 낯을 가리는데, 서 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과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이라며 "대북특사는 문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비춰도 제일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나경원 한국당 의원도 "대북특사보다는 대미특사가 우선"이라면서도 "서 원장이 오래 북한과 대화도 했고 실질적으로 보면 이념 등에 있어서 그나마 (낫다)"고 말해 당 논평과 온도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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