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국가기록원장을 상대로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을 냈다. 청와대 문건을 검찰이 압수한 뒤 대통령기록관으로 보내지 않고 수사에 활용하는데 대해 위법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것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대통령기록물 이관 작업은 통상 대통령이 퇴임하기 6개월 전부터 시작된다.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관하지 않고 유출·은닉할 경우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7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삿짐으로 딸려갈 수 없는 무게다. 하지만 이명박(MB) 전 대통령 측은 ‘실수’라고 말한다. 영포빌딩 지하 창고에서 발견된 청와대 문건에 대해 “이삿짐을 정리·분류하는 과정에서 착오로 대통령 개인 짐에 포함돼 이송됐다”는 것이다.

◇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

그렇다면 왜 하필 영포빌딩인가. 이곳은 MB가 재산을 기탁해 설립한 청계재단 소유의 건물이다. 건물 지상 2층과 지하 2층 일부를 MB의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는 다스가 임차해 사용 중이다. 다스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한 달 동안 세 번에 걸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특히 지하 창고의 경우 심야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창고가 비밀리에 사용되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검찰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으로부터 해당 정보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백준 전 기획관은 이른바 ‘MB 집사’로 통한다.

MB가 퇴임한지 5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측근들은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청와대 문건이 발견되기 전까지 ‘몰랐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창고에 밀봉된 채로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서류가 창고에 있음을 아무도 알지 못했고, 창고 관리자 역시 대통령 개인의 물품으로 판단해 내용물을 파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검찰에 정식 공문을 보낸데 이어 ‘대통령 이명박 비서실’ 명의의 보도자료를 내고 문건에 대한 대통령기록관 이관 요청을 끊임없이 해왔다.

검찰은 MB의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기록관에 있어야 할 청와대 문건이 MB의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는 다스 창고에 보관돼 있는 만큼 그 배경에 대한 수사도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처>

급기야 소송까지 제기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MB는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검장과 국가기록원장을 상대로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을 냈다. 청와대 문건을 검찰이 압수한 뒤 대통령기록관으로 보내지 않고 수사에 활용하는 것은 “법원이 허용한 압수수색 범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MB 측은 “검찰이 법원에서 받은 영장은 다스 수사와 관련된 것”이라며 “관련 없는 물품까지 압수한 사실을 확인하는 즉시 소유자에게 환부해야 하고, 본 건의 경우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관리 기관장이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생각은 다르다. MB 측의 주장처럼 대통령기록관에 있어야 할 청와대 문건이 다스가 임대한 창고에 보관된 사실만으로도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 뿐만 아니다. MB 측의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의혹까지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다. 검찰에서 MB의 소송에 대해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하는 이유다. 때문에 일각에선 청와대 문건이 증거로 사용되는데 최대한 막기 위해 MB가 무리하게 소송을 제기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문건 중에는 삼성의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 사건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도 검찰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MB 측에서 문제 제기하는 영장 집행에 위법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법원은 검찰의 요청에 따라 청와대 문건에 대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의 압수수색 영장을 추가로 발부했다. 검찰은 향후 수사가 종료되면 청와대 문건들을 적법한 방식으로 이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MB 측은 서두르고 있다. 검찰이 압수한 문건은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회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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