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제약업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제약업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제약협회가 한국을 겨냥해 무역제재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제약협회는 한국이 ‘스페셜301조’를 위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자국 신약에 대한 국내 약가인상을 위한 노림수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 정부 “한국, 스페셜301조 위반?... 사실관계 따져야”

미국 최대 제약단체인 ‘PhRMA’(미국 제약협회)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게 “‘스페셜301조’를 적용해 한국에 최고수준의 무역제재를 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스페셜301조는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인)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불공정행위 감시와 관세 부가 및 수입 제한 등의 보복조치를 할 수 있도록 마련한 법이다.

우선 미국 제약협회가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의 약가 정책이 차별적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임상실험을 한국에서 할 시 약가를 10% 우대해준다’는 정책이 다국적 제약사들에게 불평등하다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한국 약가정책의 ‘이중 구조’에 따라 (자국 신약이)낮은 가격이 책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즉,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등을 거치면서 실질적으로 두 번의 약가협상을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제약협회는 이같은 이유들을 들며 한국에 최고수준의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제한이 받아들여질 경우 우리 의약품에 보복 관세가 붙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또한 제약을 시작으로 다른 업종의 지적재산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 정부는 즉각적으로 해명자료를 보내고 미국 제약협회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우리 정부(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무역대표부에 반박 자료를 보내며 즉각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정부는 우선 한국 내 임상실험 10% 약가 우대 정책에 대해 다국적 제약사를 차별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고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해당 제도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만 해당되는 것으로, 국민 안정성을 높이고 국내 보건산업에 기여한 회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또한 약가협상은 건보공단과 제약사에서 실시하는 것으로 심평원은 관계가 없다고 사실관계를 바로 잡았다. 또 심평원은 약품에 대해 급여와 비급여를 결정하는 기관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국의 약가가 다른 나라보다 저렴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보험과 사보험 기반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제약협회가 한국이 ‘스페셜301조’를 위반했다고 지적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뉴시스/AP>

◇ 우리에 보복관세? 실상은 미국 의약품 약가인상 노림

업계에 따르면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의약품 규모는 연간 1,400억원 대다. 반면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의약품은 연간 약 7,400억원 대다. 약 5배 가량 더 많이 우리가 수입을 하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실제 미국 측의 목적이 우리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아닌 자국 의약품의 약가인상이라고 보고 있다.

즉, 우리 측에 보복조치를 볼모로 ‘약가인상 딜’을 하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우리 의약품의 미국 수출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실제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타격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시작으로 점점 미국의 압박이 강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제약협회는 과거에도 한국이 스페셜301조를 위배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한 번도 최고수준의 제재를 요구한 적은 없었다. 이에 트럼부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압박이 아니냐는 의혹이 쏠리고 있다.

한편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국방을 위해서라도 철강과 알루미늄이 필요하다”면서 “그것들이 없으면 미국은 지금 같은 나라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임날인 2일 국내 철강 업종들의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매년 스페셜301조 보고서가 발표되는 4월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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