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학 영원무역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추진한 자전거 사업이 부진을 거듭하면서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이 ‘신사업 부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자전거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수년째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관련 자회사의 부진은 영원무역의 기업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어 성 회장의 고민을 깊게 하는 모양새다.

◇ 업황 부진에 브레이크 걸린 성장가도

영원무역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 방식으로 글로벌 아웃도어와 스포츠 용품을 제조· 유통하는 수출기업이다. 창립자인 성기학 회장은 1990년대 후반 글로벌 의류 브랜드인 ‘노스페이스’를 들여와 국내 시장에 론칭, ‘아웃도어 붐’을 일으키면서 지금의 기반을 쌓았다. 현재 영원무역은 40여개 브랜드를 생산·납품하며 의류 OEM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아웃도어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영원무역의 고민이 시작됐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2014년부터 업황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노스페이스의 판권을 갖고 아웃도어 브랜드를 유통하는 그룹의 또 다른 핵심사인 영원아웃도어는 이같은 시장 흐름에 직격탄을 맞기 시작했다.

이같은 시장 변화를 대응하기 위해 영원무역이 꺼낸 카드는 ‘신사업’이었다. 그 중 하나는 자전거 사업이다. 영원무역은 2013년 스위스 자전거 제조·유통업체인 스캇(SCOTT)의 지분 20%를 사들이고 2015년 초 30.1%를 추가 확보하며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회사 지분 인수에 투입한 돈은 1,5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것 대비 성과는 초라한 실정이다. 스캇은 2016년 28억원의 순손실을 낸데 이어 지난해 3분기까지는 34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같은 부진 배경에 대해서 증권업계에선 스캇이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기자전거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산악자전거(MTB)를 앞세운 전략만을 주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종속 자회사의 부진이 영원무역의 실적과 기업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서는 자회사의 실적 불확실성에 우려를 표하며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KB증권은 2일 업황 회복세 둔화와 자회사 부진을 우려하며 영원무역의 목표주가를 3만8,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 자전거 사업 부진에 발목… 목표주가 '뚝뚝' 

영원무역의 작년 4분기 매출은 4,52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9% 줄었고 영업이익은 208억원으로 8.3% 늘었다. 이에 대해 김은지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컨센서스를 10.3% 하회했다”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부문의 업황 회복세가 부진하고 종속회사인 스캇의 실적 부진도 지속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날 신한금융투자도 영원무역의 목표주가를 기존 4만7,000원에서 4만1,000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대해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스캇의 작년 영업실적은 매출 부진 등으로 매 분기 예상치를 밑돌아 실적 방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스캇 실적 불확실성과 환율 전망치 하향 등을 고려해 목표주가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은 가뜩이나 주가 부진으로 고민이 많은 성 회장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영원무역의 주가는 2016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때 5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던 주가는 현재는 2만원대 후반으로 추락한 상태다.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영원무역은 전일대비 2.22% 하락한 2만8,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