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제안이 2건이나 제시된 KISCO홀딩스의 정기 주주총회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유명무실(有名無實). 이름만 있을 뿐, 실상은 없는 것을 뜻하는 사자성어다. 씁쓸하지만 우리나라 대다수 기업들의 주주총회에 어울리는 말이기도 하다. 주주들의 참여율도 저조하고, 참여한 주주들이 목소리를 내는 일은 더욱 없다.

오히려 주주들의 참여를 어렵게 하거나 목소리를 묵살하는 일이 많았다. 이른바 ‘슈퍼주총 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다수 기업들이 같은 날 주총을 열어왔다. 일부 기업에서는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온 주주를 사측이 미행하거나, 노조 조합원이 주주로서 주총에 참석하는 것을 막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세태는 결코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이에 최근엔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부터 주총 집중일에 주총을 열 경우 그 사유를 밝히도록 했다. 주주들의 의사표출을 도와줄 전자투표 제도도 적극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3일로 예정된 KISCO홀딩스의 정기 주총은 무척 흥미롭다. 소액주주들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주주제안이 2건이나 상정됐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기업 경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주목된다.

◇ 배당금 1,250원 제안한 이사회… 주주들은 ‘8,000원’·‘5,000원’

KISCO홀딩스의 올해 배당금은 얼마나 될까.

일반적으로 대다수 기업들의 배당금은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주총에서 형식적으로 통과된다. 하지만 올해 KISCO홀딩스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우선, 이사회는 1주당 1,250원의 배당금을 결정해 제시했다. 아울러 2건의 주주제안이 제시됐다. 각각 8,000원과 5,000원의 배당금을 제안하고 있다. KISCO홀딩스가 그동안 쌓아둔 현금성자산이 상당한 만큼, 주주가치 실현을 위해 배당금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당금은 어떤 제안이 더 많은 찬성표를 얻느냐에 따라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도 마찬가지다. 현직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은 모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이사회는 2명의 재선임과 1명의 신규선임을 제안했다. 이 안건 역시 2건의 주주제안이 제시됐으며 각기 다른 인물을 1명씩 추천하고 있다.

주주제안을 내놓은 것은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과 개인투자자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해부터 KISCO홀딩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사로서 ‘주주이익 극대화’를 추구해야 하는데, KISCO홀딩스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현금성자산의 단순보유, 경영진의 높은 보수, 오너일가 개인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의 독립성 여부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과 관련해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은 경영진에 주주서한을 발송하고,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KISCO홀딩스 경영진은 별다른 응답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번 정기 주총을 앞두고 예년보다 많은 배당금을 제시했으며, 액면분할도 추진하고 나섰다.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행보가 가져온 일부 변화라 할 수 있다.

관건은 정기 주총을 통해 보다 큰 변화가 이뤄지냐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현행 상법상 감사 선임은 이른바 ‘3%룰’이 적용된다.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이 3%로 제한되는 것이다. 47.54%의 지분을 가진 장세홍 사장도 감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3%만 행사할 수 있다.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소액주주의 의사가 중요하게 반영될 수 있는 구조다. 실제 ‘3%룰’로 인해 이사회가 추천한 감사를 선임하지 못한 사례나 소액주주가 제안한 감사가 선임된 사례도 있다.

이와 관련해 KISCO홀딩스 관계자는 “주주의 권한에 따라 주주제안이 있었고, 안건에 상정됐다. 결과는 주총을 통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KISCO홀딩스의 이번 주총은 그 결과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주총 문화를 상징하는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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