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가 재직기간이 17년에 달하는 사외이사를 재선임할 예정이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샘표가 재직기간이 17년에 달하는 사외이사의 재선임을 추진하고 나섰다. 사외이사에 제기됐던 각종 문제점들이 해소되고 있는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19일로 예정된 샘표의 정기 주주총회 안건 중 하나는 사외이사 재선임이다. 현재 유일한 사외이사인 김현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을 다룬다. 이변이 없는 한 김현 사외이사의 임기는 3년 더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김현 사외이사의 재직기간이다. 2000년 처음 선임된 그는 17년 넘게 샘표의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김현 사외이사가 새로 추가되는 임기까지 마칠 경우 재직기간은 20년에 달하게 된다. 이제는 좀처럼 보기 힘들게 된 초장수 사외이사다.

우리나라에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90년대 후반 IMF를 겪으면서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남았다. 경영진 및 오너일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주된 역할인데, 이를 제대로 수행하는 사외이사는 극히 드물었다. 오히려 사외이사 자리에 지인을 앉히거나, 전관예우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장수 사외이사’, ‘허수아비 사외이사’, ‘거수기 사외이사’라는 비판이 잇달았다.

이같은 논란이 지속되면서 사외이사를 둘러싼 문제들은 조금씩 해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큰 손’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지침에 ‘사외이사의 10년 이상 재직 반대’를 포함시켰다. 이러한 변화 속에 많은 ‘장수 사외이사’들이 교체됐다.

사외이사의 장기재직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는 경영진 및 오너일가를 감시·견제하고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독립성이 가장 중요한 자격조건이다. 하지만 한 기업의 사외이사로 지나치게 오래 머무를 경우 독립성이 훼손되고, 경영진 및 오너일가와 유착관계가 형성될 여지가 상당하다.

김현 사외이사 역시 마찬가지다. 경영진 및 오너일가에 대해 독립성을 지니고 있는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단순히 재직기간만 긴 것이 아니다.

샘표는 2000년대 중반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복형제였던 2세 경영인들을 거쳐 3세 경영으로 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경영권 다툼이었다. 결과적으로 박진선 사장은 경영권을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김현 사외이사는 박진선 사장 측 인사로 분류됐다. 분쟁을 겪던 상대방 측은 다른 사외이사를 선임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즉, 박진선 사장과 김현 사외이사는 치열했던 경영권 분쟁을 함께 치른 ‘전우’나 다름없는 관계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지주사인 샘표는 박진선 사장과 김현 사외이사, 그리고 1명의 사내이사만 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이 이사회를 구성하고 회사의 주요 의사를 결정한다. 김현 사외이사는 지난해 박진선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김현 사외이사 재선임을 결정한 이사회는 당사자를 제외하면 2명뿐인데, 그 중 하나가 박진선 사장이다. 재직기간을 비롯한 여러 정황상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샘표 측은 사외이사 재선임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샘표 관계자는 “김현 사외이사 재선임에 특별한 배경이 있는 것은 아니며, 이와 관련해 추가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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