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헌법자문특위 부위원장(우)과 구예림 위원(좌)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헌법자문특위 제공>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특별자문위원회(헌법자문특위)가 5일 분과위원회 및 국민참여본부 활동종료를 알렸다. 앞으로 헌법자문특위는 그간 진행했던 숙의토론회 내용과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헌법개정안 시안 작성에 들어간다. 오는 12일 시안을 확정해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최종 보고하는 것이 목표다.

숙의토론과 여론수렴 과정에서 가장 뜨거웠던 쟁점은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였다는 게 헌법자문특위의 설명이다. 국민소환제란 선거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 등에 대해 유권자들이 부적격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임기가 끝나기 전 파면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국민발안제는 일정 이상의 국민 동의로 헌법과 법률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는 제도다. 두 개 모두 직접민주주의의 요소로 여겨진다.

◇ 전문가 반대 vs 시민들 찬성

현행 우리 헌법은 물론이고 법률에도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는 근거규정이 없다. 1954년 2차 개헌에서 선거권자 50만 명 이상의 찬성으로 헌법개정을 제안할 수 있도록 ‘국민발안제’를 규정했었으나 1972년 7차 개헌(유신헌법)에서 폐지된 바 있다. 대신 지방자치제도와 관련해서는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자치단체장을 견제할 목적의 ‘주민소환제’와 조례의 개폐를 청구할 수 있는 ‘주민발안제’를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대’를, 일반시민들의 여론은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이 이채롭다. 현행법상 대한민국은 ‘대의제’라는 간접민주주의를 취하고 있다. 선출된 대표자들이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직접민주주의’ 보다 고도화되고 발달된 제도로 평가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대의제’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반대의견이 우세했다.

반면 토론에 참석한 시민들은 찬성의견이 압도적이었다는 전언이다. 국회의원으로는 다양한 민의를 담아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과, 통신 등 인프라도 갖춰져 있어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도입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찬성의 주요 이유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도입한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과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물론 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열망이 큰 동시에, 현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점도 이 같은 여론형성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법자문특위는 숙의토론 내용과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개정안에 반영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승수 특위 부위원장은 이날 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대의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반대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런데 국민들은 압도적으로 찬성이 많았다”며 “많은 시민들이 ‘주민소환제’의 실제 작동여부를 떠나 국회를 견제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헌법자문특위 개정안은 일부 내용의 수정이 아닌 전문부터 총강, 기본권, 지방자치권 등 하나의 맥락을 담은 완성된 형태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따라서 직접민주주의 요소 외에 전문부터 정부형태, 기본권, 토지공개념 등 모든 개헌관련 쟁점이 포괄된다. 조문의 숫자도 기본권 조항이 추가돼 현행 130개에서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원문이 한자로 돼 있는 현행 헌법을 변경해 한글을 원문으로 하고 한자를 병용하는 방식으로 기술할 계획이다.

하승수 부위원장은 “31년 만에 개헌이 추진되는 것이고 대통령이 발의한다면, 공식적인 문서로 최초의 개헌안 발의이기 때문에 관심들이 많은 것 같다”며 “이번 개헌에는 한 세대가 지난 후 개헌이라는 점과 국민의견을 듣고 만든 헌법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다만 “31년 동안 누적된 요구가 많은데 100% 개헌안에 다 담아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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