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분이 해양심층수 사업을 위해 2007년 11월 설립한 글로벌심층수가 만성적 적자 상황에서 자본잠식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강원도 속초시에 위치한 글로벌심층수 공장 전경. <네이버 거리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곰표밀가루’로 유명한 대한제분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밀가루 소비 감소 추세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은 신규 사업마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생수 및 음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자회사 글로벌심층수가 만성적 적자 아래서 자본잠식까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법인 설립 10년, 흑자 경험 ‘제로’

대한제분이 해양 심층수 개발을 위해 설립한 글로벌심층수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지난 2007년 말 설립 후 단 한차례의 흑자도 내지 못한 이 회사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 깊은 자본잠식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글로벌심층수는 대한제분의 종속회사인 대한싸이로가 100% 지분을 가진 대한제분그룹 계열사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사실상 첫 사업년도라고 볼 수 있는 2008년, 관련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5억원의 영업적자와 1억원의 당기순손실만 떠안았다. 이로부터 2년 뒤에야 매출이 발생해 기업으로서의 제 모습을 찾아가는 듯 했지만, 여전히 흑자 기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영업적자(11억)와 당기순손실(12억)은 전년 대비 두 배 가량 증가했다. 결국 이듬해인 2011년 17억원의 영업적자와 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안게 되는데, 이는 지금까지 글로벌심층수의 역대 최악의 기록으로 남게 된다.

고무적인 건 설립 7년차에 들어선 2013년부터 적자폭이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매출은 이전 대비 2배가량 증가해 30억원의 문턱을 넘었으며,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 규모도 3억원까지 내려갔다. 이는 2010년 출시한 해양심층수 브랜드 ‘딥스’가 시장에 안착하면서 실적 개선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흑자를 목전에 두고 수익성이 뒷걸음치면서 최근 사업 년도인 2016년 영업적자가 6억원으로 증가했다. 무엇보다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고 있는 자본잠식은 글로벌심층수의 존립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이 되고 있다. 2016년 32.8%의 자본잠식률을 기록하면서 최대치를 찍었다.

◇ 유상증자도 무용지물… 깊어지는 자본잠식의 늪

특히 우려스러운 건 유상증자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로벌심층수는 앞서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지만, 자본잠식률을 낮추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첫번째 유상증자가 이뤄진 2009년 초기 납입자본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50억원 규모의 증자에 나섰지만 오히려 자본잠식률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두 번째 유상증자가 이뤄진 2012년에는 그 효과를 보기는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이후 결손금 관리에 또 다시 실패하면서 자본잠식률이 30%를 돌파하고 말았다. 비록 글로벌심층수가 상장사가 아닌 곳이라 자본잠식에 따른 직접적인 악영향은 없겠지만, 기업공개를 포함해 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대한제분 관계자는 “자회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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