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콘 위원장이 백악관을 떠나면서 미국의 통상압박 수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전격 사임한다. 무역정책 노선을 두고 대통령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미국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조직의 리더이자 백악관의 몇 안되는 자유무역주의자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백악관의 폐쇄성도, 시장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 보호무역주의가 점령한 백악관

콘 위원장은 6일(현지시각) 백악관의 공식 성명을 통해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사퇴 소감을 전달했다. 또한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작년 말 의회를 통과한 감세안을 꼽으며 “경제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시장에서는 콘 위원장이 다음 주 중 완전히 물러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내 수석자문관으로서 미국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훌륭한 일들을 했다”고 짤막한 작별인사를 남겼다. 새 위원장이 머지않아 선임될 것이라는 예고도 있었다.

다수의 외신들은 그간 게리 콘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정책 이슈를 놓고 숱한 의견충돌을 빚어왔다고 밝혔다. 콘 위원장은 백악관 내에선 소수파에 속하는 자유무역 옹호론자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공공연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현지에서는 대통령의 보좌진들을 일컫는 ‘웨스트 윙’에 빗대 ‘월스트리트 윙’이라는 별칭도 생겼을 정도다.

블룸버그는 바로 지난 6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에서 열린 회의가 이번 사태의 촉매제였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백악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에 대해 참석자 전원의 동의를 구했지만, 콘 위원장은 끝까지 침묵을 지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콘 위원장의 사임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는 발언도 나왔다. 한편 CNN의 법률분석가 제프리 토빈은 콘 위원장이 무역정책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언행으로도 속을 앓아왔다고 밝혔다.

게리 콘 위원장은 어떤 인물인가. <그래픽=시사위크>

무역정책을 둘러싼 백악관 내부의 대립이 콘 위원장의 사임으로 마무리되면서 미국의 통상압박수위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매파에 속하는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과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의 영향력이 한 층 강화되는 한편, 차기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에 더 부합하는 인사가 지명될 가능성이 높다.

◇ 무역대립 고조 예상한 시장… 달러는 다시 약세

미국과 세계 주요국의 통상전쟁이 현실화되면서 불안에 휩싸였던 증권시장은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콘 위원장의 사임을 관세전쟁의 격화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경제종합포털 ‘마켓워치’는 사임 소식이 발표된 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300p, 약 1.2%p 하락했으며 S&P500지수도 1%p 가량 떨어졌다고 밝혔다.

특히 막대한 양의 수입산 원자재를 소비하는 실리콘밸리의 거대기업들과 제조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대부분 콘 위원장의 사임 가능성이 처음 보도된 6일 오후 5시30분(현지시각)을 기점으로 1.5~2%의 급락을 경험했다. 176달러였던 애플의 주가는 한 시간 후 173달러75센트로, 348달러였던 보잉은 불과 20분 만에 338달러86센트로 떨어졌다. 37달러 후반에서 주가가 형성됐던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 하락폭이 약 3% 달했다.

반면 미국 내 철강·알루미늄 기업들에겐 같은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US스틸과 AK스틸 홀딩스, 센츄리 알루미늄사의 주가는 6일 폐장 후 각각 2.85%와 1.25%, 1.08% 올랐다. 백악관이 처음 관세부과계획을 밝혔던 지난 1일과 유사한 광경이다.

환율시장도 흔들렸다. 정계와 재계의 불협화음이 불거진 미국 달러화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이틀 전 90.8이었던 블룸버그 달러 인덱스는 7일 현재 89.523으로 낮아진 상태다.

미국의 혼란이 가중될 때마다 가치가 높아졌던 엔화는 이번에도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6일 오후 5시 20분경 106.15엔이었던 달러당 엔화 가격은 오후 6시 40분 105.51엔으로 낮아졌다.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 일부 해외국의 채권수익률도 동반 하락해 달러의 대체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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