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약업계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폐지하고, 약가인하 및 과징금 부과 카드를 다시 꺼내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지난달 제약업계 리베이트 관련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후 잡음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정부는 현행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폐지하고, 리베이트 약품에 대한 약가인하 및 과징금 부과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제약사의 불법행위로 인한 약품 급여 정지가 환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물론 약사단체에서도 정부의 발표에 반박을 하며 투아웃제 폐지 방침을 재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우여곡절 시행 ‘투아웃제’, 4년 만에 결국 폐지

리베이트 대상 약제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를 정지하는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대체하는 방안이 담긴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개정안에 따르면 리베이트 1차 적발 시 최대 20%, 2차 적발 시 최대 40%씩 약가를 인하한다. 3차 적발 시에는 건강보험 급여를 최대 1년간 정지하거나 매출액의 최대 60%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또 4차 적발 시에는 매출액의 최대 10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이 통과되자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현행 투아웃제보다 규제가 완화되면서 정부가 면죄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014년 7월 도입된 투아웃제는 1차 적발 시 의약품에 대해 리베이트 액수에 비례해 1년 범위 내에서 건강보험 급여를 정지하고, 5년 이내에 2차 적발 시 급여 대상에서 영구 퇴출하도록 하고 있다.

한번 건강보험 급여에서 정지될 경우 대체의약품에게 경쟁력이 밀리면 사실상 영구적으로 퇴출될 수 있기 때문에 ‘원아웃제’라고 불리기도 했다. 반면 개정안에 따르면 3차 적발 시에도 건강보험 금여를 최대 1년간 정지하거나 과징금으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에 위하효과가 낮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 투아웃제 시행으로 오히려 환자들이 피해를 봤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는 42개 의약품에 대해 제도 시행 후 처음으로 급여 정지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후 해당 약품을 처방받는 환자들이 약값을 100% 부담하거나 대체약을 처방받는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복지부는 42개 의약품 중 33개 품목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 금지를 풀고 과징금으로 대체한 바 있다.

◇ 약사회·시민단체 “투아웃제 폐지는 면죄부... 재고해야”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 같은달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약사회)가 ‘리베이트 투아웃제 폐지를 폐지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약사회는 과징금으로는 리베이트를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 이미 검증됐음에도 실패한 제도로 회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약사회는 성명을 통해 “리베이트를 통해 얻는 수익이 과징금이나 약가인하로 인한 손실보다 크기 때문에 투아웃제가 도입됐다”면서 “한 예로 한국노바티스의 경우 2011년 공정위로부터 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음에도 2016년 또 다시 검찰 수사단에 리베이트가 적발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품 공백사태 등을 이유로 투아웃제를 폐지하겠다고 하지만 투아웃제 대상 의약품은 대체약품이 존재하는 경우에 한정하고 있다”면서 “야심차게 투아웃제를 도입하더니 제약사 눈치 보느라 제대로 시행도 못해보고 이제는 폐기하겠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약사회는 투아웃제를 안착시켜 리베이트를 뿌리 뽑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반박 입장을 통해 적극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뉴시스>

약사회의 논평이 나온 후 언론에서도 이를 지적하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복지부는 반박 입장을 통해 적극 해명했다. 복지부는 리베이트 폐지 논의를 지적하는 보도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고 “약품의 급여가 정지될 경우 환자가 대체약을 복용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면서 “이같은 제도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개정됐다”고 밝혔다.

규제완화 논란에 대해서도 “일회성 처분인 급여정지에 비해 약가인하제도는 처분의 효과가 항구적이어서 효과적인 제재수단이 될 수 있다”며 “과징금도 현행 40%에서 60%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개선했기 때문에 처벌수위가 낮아졌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다. 다음날인 6일 시민단체 ‘건강세상 네트워크’가 논평을 내고 재반박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복지부는 약가인하 정책이 투아웃제보다 효과적인 제재수단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시민사회는 ‘면죄부’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면서 “투아웃제 시행 동안에도 대부분 급여정지가 아닌 과징금으로 갈음하면서 실효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었다”고 반박했다.

이 단체는 또 “실제로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리베이트로 처벌받은 경우가 10배로 급증했다”면서 “약가인하 및 과징금은 결코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라고 정부에 재고를 촉구했다.

다만 건강세상 네트워크는 대체약 복용에 따른 부작용 우려와 관련해서는 별개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재천 건강세상네트워크 운영위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리베이트를 근절해야 하는 이유 또한 환자들을 위한 것”이라며 “리베이트 비용이 사실상 환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질의 의약품을 제값에 처방받는 것이 리베이트 근절의 목적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체약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는 별개의 문제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면서 “‘이것 때문에’, ‘저것 때문에’ 등의 이유들을 대며 자꾸 규제가 완화되면 리베이는 절대 근절되지 못한다. 복지부가 설명하는 이유들 중 어느 것도 리베이트 규제 완화를 정당화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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