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안보실장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미국행에 오른다. 방북결과를 설명하고 아울러 북측의 입장을 전달, 미국과 구체적인 의제를 조율하기 위함이다. 정의용 실장은 미국방문을 마치면 중국, 러시아를 각각 방문해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일본을 설득하는 일은 서훈 국정원장이 맡는다. ‘6자회담’ 당사국들은 모두 도는 셈이다.

이를 두고 2005년 9·19 공동성명 체제의 복원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방문할 국가들이 모두 동의했던 가장 최근의 성명이 9.19 공동성명이기 때문이다. 다시 그 시점으로 돌아가 차분히 북핵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 “중·일·러 순회는 6자회담 재구축 의미”

9.19 공동성명은 2005년 4차 6자회담에서 타결됐다. 당시 당사국들은 ▲단계적 북한의 핵무기 파기 및 NPT복귀 ▲한반도 평화협정 ▲북한에 대한 핵무기·재래식 무기 공격금지 ▲북미 신뢰구축 등에 합의한 바 있다. 그에 대한 대가로 중유제공과 송전을 약속했었다.

정 실장 등 대북특사가 가져온 북측의 메시지는 실제 9·19 공동성명의 맥락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정 실장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비핵화 의지 표명 ▲비핵화 협의 및 북미대화 용의 표명 ▲‘대화중’ 핵과 탄도미사일 추가실험 중단에 합의했다.

특히 발표문에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김정은 위원장이) 명백히 했다”는 문구가 실렸다. 북미대화가 성사된다면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와 NPT 복귀, 한반도 평화협정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7일 tbs라디오에 출연한 정세현 전 장관은 “6자 회담으로 가면 2005년 9·19 공동성명 구도로 돌아간다는 얘기”라며 “이미 합의가 됐던 것을 이행만 하면 되기 때문에 상당히 빠른 속도로 비핵화 내지는 평화협정 문제 해결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 북한의 진정성 담보할 ‘파격카드’ 있나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대화에 긍정적인 입장이나 진정성을 의심하는 뉘앙스다. <뉴시스/신화>

문제는 9.19 공동성명 체제가 한 차례 파기된 전례가 있다는 점이다. 2005년 북한은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북한 경제제재 해소를 일방적으로 주장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감행했다. 북한의 군사도발로 9.19 합의는 파기됐고, 그 사이 북한은 핵무기 기술 고도화에 성공했다. 북한이 핵무기 완성까지 시간을 끌기 위해 위장평화 공세를 취하는 것이라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보수야권의 비판도 정확히 이 지점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2005년 9.19 6자회담에서 공동선언문을 보면 북핵 폐기 로드맵까지 다 만들어놓고 또 거짓말을 했다”며 “30년 동안 북한에 참 많이 속았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도 “우리가 경험한 것들로부터 냉정하게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고 했다.

미국도 비슷한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헛된 희망일 수도 있다”고 했다. 과거 성명을 파기했던 북한을 믿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즉 북한입장에서는 북미대화와 비핵화 합의, 나아가 북미수교로 이어지기 위해 ‘진정성’을 미국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다. 정 실장은 “공개할 수는 없지만 미국에 전달할 북한의 입장을 별도로 가지고 있다”고 했다. 북미관계의 진전을 이룰 매우 중대한 내용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당대표 회동에서 조차 끝내 밝히지 않았다. 대신 정 실장은 “미북대화를 시작하기에 충분한 여건이 조성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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