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창립한 천일고속의 창립정신은 ‘사람을 위한 기업, 사람을 향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의 행보는 ‘오너를 위한 기업, 오너를 향하는 기업’으로, 이와 역행하는 모습이다. 사진 좌측 위는 창업주 고(故) 박남수 명예회장. <천일고속 홈페이지>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천일고속이 올해도 ‘화끈한’ 배당을 결정했다. 보통주 1주당 6,000원씩 현금배당을 실시한다. 배당은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실시하는 당연한 경영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통큰 배당이 ‘오너 일가만의 잔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 대규모 주식 증여세, 배당금으로 처리?  

천일고속의 배당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천일고속은 6일 공시를 통해 보통주 1주당 6,000원씩 현금배당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85억6,000여만원에 달한다. 최대 수혜자는 오너 일가다. 천일고속은 박도현 대표와 동생 박주현 부사장이 각각 44.97%, 37.24%(2017년11월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친인척들의 지분까지 포함하면 오너 일가의 지분은 85%가 넘는다.

‘배당’은 기업이 일정기간 동안 영업활동을 해 발생한 이익 중 일부를 주주들에게 나눠 주는 것을 말한다. 최근 상당수 기업들이 통큰 배당을 실시하는 것도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다.

하지만 천일고속은 이와 사정이 좀 다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됐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천일고속은 지난해 개별기준 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 역시 5.4% 감소하며 적자전환했다.

최근 3년간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감소세다. 2015년 589억원의 매출, 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천일고속은 2017년 매출 552억원, 영업손실 20억원으로 주저 앉았다. 하지만 천일고속은 2016년에만 3차례, 2017년에는 매 분기마다 배당을 실시해왔다.

천일고속의 배당 질주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천일고속의 창업주 고(故) 박남수 명예회장은 지난 2015년 4월 68.77%에 달하는 주식을 차명 보유하고 있다가 실명전환하면서 자신의 두 손자(박도현 대표, 박주현 부사장)에게 증여했다. 이로 인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증여세 부담을 안게 된 두 사람이 배당을 통해 고민을 해결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10년 이후 배당이 없던 천일고속은 대규모 주식 증여가 이뤄진 2015년 말부터 폭탄배당이 시작됐다.

설상가상, 대주주와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고 법인의 재산집행을 감시해야 하는 ‘감사’ 기능 역시 의문이다. 천일고속은 하인봉(상근), 황종식(비상근) 2명이 감사를 맡고 있다. 이 중 하인봉 감사는 무려 23년간 이 회사에 재직했다. 그는 오너일가의 친인척이다. 고 박남수 명예회장의 처남으로, 박도현 대표의 외외종조(외할머니의 형제)가 된다. 독립성은 물론 공정성에서 문제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단독] 천일고속, ‘친인척 감사’ 22년… 오너일가 고배당 잔치)

급증하는 폭탄배당 대비 기부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374만원의 기부금을 집행한 천일고속의 지난해 기부금은 50만원(2017년 3분기 기준)이 전부였다.

이에 대해 천일고속 측은 “배당규모 등은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사안으로, 자세한 내용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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