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유화가 재직기간 12년을 채운 사외이사의 재선임을 추진한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대한유화가 12년간 재직해온 ‘장수 사외이사’를 재선임할 것으로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경제민주화 흐름을 역행한다는 지적과 함께 독립성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 재직기간 12년 사외이사 재선임… 오너일가 설립 재단 이사장

대한유화는 오는 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이날 주요안건으로는 김기영 사외이사의 재선임건도 포함돼있다.

광운대 총장을 지낸 바 있는 김기영 사외이사는 경영학계에서 명망이 높은 인물이다. 한국경영학회장과 연세대 부총장도 역임했으며, 지난해 전경련 혁신위원회 외부위원으로 위촉돼 활동 중이다.

문제는 대한유화 사외이사로서 너무 오래 재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기영 사외이사는 12년 전인 2006년 처음 대한유화 사외이사로 선임됐으며, 이후 3차례 연임됐다. 이번에 또 다시 재선임되면 4번째 연임이 되고, 총 임기는 15년까지 늘어난다.

이는 ‘장수 사외이사’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최근의 추세를 거스르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는 사실상 오랜 세월 유명무실했다.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장수 사외이사’, ‘거수기 사외이사’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꾸준히 문제제기가 이뤄지면서 어느 정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장수 사외이사’ 문제의 경우, 국민연금이 이를 반대한다는 내용을 의결권 행사 지침에 포함하면서 개선이 크게 이뤄졌다.

그러나 대한유화는 김기영 사외이사의 재직기간을 숨기는 듯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사업보고서나 분기보고서에 사외이사의 재직기간을 기재해야 하는데, ‘5년 이상’으로 기재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에 따르면, 미등기임원이 5년 이상 재직한 경우 재직기간 기재 등을 생략할 수 있다. 하지만 사외이사는 등기임원이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다.

문제는 재직기간만이 아니다. 대한유화의 창업주는 고(故) 이정림·이정호 형제다. 개성 출신인 두 형제는 6.25전쟁 이후 여러 사업을 영위하다 대한양회를 설립한 바 있다. 아울러 이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익재단법인인 삼일문화재단(3.1문화재단)도 설립했다. 1970년대부터는 대한유화가 이 재단을 지원해오고 있다.

그런데 김기영 사외이사는 현재 이 재단의 이사장이다. 이순규 대한유화 회장은 이 재단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재단의 취지와 대한유화의 공익사업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대한유화 사외이사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김기영 사외이사와 대한유화 오너일가 사이에 유착관계를 의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외이사의 기본요건인 독립성에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한유화는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오너일가 개인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이순규 회장의 고액연봉 등의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그만큼 독립성을 갖춘 사외이사의 경영진 및 오너일가 감시·견제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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