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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필 '에세이'] H에게- ‘동심’을 찾습니다
필자: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시사위크]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 뉴스 보기가 겁이 나네. 혹시 내가 좋아하는 시인, 소설가, 사진가, 교수, 배우, 정치인이 간밤에 성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로 뉴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았는지 두려워서야. 누구에게나 한때 좋아했던 사람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운 일은 아니거든. 또 지금까지 속았다고 생각하면 자신에게 화도 나고.

마음이 심란할 때마다 자주 읽는 정채봉 시인의 <찾습니다>라는 시일세. 오늘은 먼저 ‘□□’에 들어갈 낱말이 뭔지 맞춰보고 이야기하자고. 시인은 지금 무엇을 찾고 있을까?

우선 특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산을 산이라 하고 물을 물이라 합니다./ 몸을 옷으로 감추지도 드러내 보이려 하지도 않습니다./ 물음표도 많고 느낌표도 많습니다./ 곧잘 시선이 머뭅니다./ 마른 풀잎 하나가 기우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옹달샘에 번지는 메아리결 한 금도 헛보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오늘은 무슨 좋은 일이 있을까/ 그 기대로 가슴이 늘 두근거립니다.// 이것을 지나온 세월 속에서 잃었습니다./ 찾아주시는 분은 제 행복의 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고요? 흔히 이렇게들 부릅니다./ '□□’

답은 ‘동심(童心)’이야. 10대 나이의 손자손녀를 둔 지금도 ‘동심’이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설레네. 짧은 시간이나마 어린이의 맑고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지금 나’를 돌아보게 되거든. 나도 시인처럼 지난 세월 “마른 풀잎 하나가 기우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옹달샘에 번지는 메아리결 한 금도 헛보지” 않으려고 애썼네만 우리 삶에 소중한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네. 그 중 가장 안타까운 게 동심이야. 대신 머리에는 헛된 지식들만 가득 차버렸어. 그래서 그런지 ‘하루하루 없애 가는(一損)’(노자, 《도덕경》) 삶을 살아야 할 나이인데도 쓸데없는 욕심들만 많아. 욕심과 집착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직도 채우려고만 하는 나를 볼 때마다 내가 측은하게 느껴진다네. 그게 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명(無明)의 소산이지. 지식을 지혜로 승화시키지 못하는 어리석음 때문이기도 하고. 요즘 뉴스의 주인공이 된 유명인들 보면서 나 또한 많은 반성을 하고 있네. 인간의 품격을 지키면서 살기 위해서는 나이 들수록 더 많은 자기성찰이 필요하다는 것도 실감하고 있고.

전깃줄 위에 새들이 앉아 있다/ 어린아이가 그걸 보고서/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더니만/“내려와아, 위험해애”

내가 좋아하는 정희성 시인의 <교감>일세. 교감(交感)이 뭔가. 서로의 마음이 함께 움직이는 거네. 어떤 식으로든 상호접촉이 있어야만 가능한 마음의 주고받음이야. 전깃줄 위에 앉아 있는 새와 그걸 바라보는 어린아이의 마음이 서로 통해야 교감이 가능하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어린아이의 눈에 눈물이 금세 그렁그렁해질 수 있겠는가.

짧지만 읽을 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시일세. 그래서 인간성에 대한 실망으로 의기소침해질 때면 다시 꺼내 천천히 읽지. 우리들은 어렸을 때 다 저런 어린아이의 마음을 갖고 있었네. 그게 바로 맹자가 말하는 측은지심이거든. 하지만 불행하게도 나이 들면서 점점 저런 교감능력을 잃어버리고 마네. 그래서 어른들 중에는 타자의 고통에는 무감각하고 자기 욕심만 앞세우는 짐승 같은 사람도 드물지 않게 되는 거지.

“내려와아, 위험해애”는 어린이들 세계에서만 들을 수 있는 말은 아니네. 나이와 상관없이 세속적인 욕망 때문에 위험한 곳에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 모두 함께 부탁해야 할 말일세.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는 자기분수에 넘치는 권력이나 재력을 탐하거나 이미 갖고 있는 괴물들이 꽤 많네. 그런 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내려와아, 위험해애’일세.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는, 이른바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적 지위를 누구나 다 차지할 수 있는 건 아니네. 그런 자리를 이용해 사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사람이나 세속적인 욕망에 대한 자기억제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권력이 따르는 자리를 탐해서는 안 되네. 그게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고,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지. 자기가 좋아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사회적인 지탄대상이 되었을 때 지인들이 겪게 되는 혼란과 분노도 엄청나거든. 그래서 아직도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는 자리와 권력을 탐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부탁하고 싶네. 제발 이제 “내려와아, 위험해애.”

시사위크  sisaweek@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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