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소속 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 등이 최근 민주평화당 당직을 맡으며 거취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과거 그리스가 트로이를 무너뜨릴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중 하나로 '트로이의 목마'였다. 그리스가 커다란 목마를 만들고 그 안에 군인을 매복시킨 후 위장 퇴각하자, 트로이 사람들이 목마를 성내에 들여놓았고 그 안에 있던 군인들이 밤새 성문을 열어줘 그리스의 승리로 전쟁이 막을 내리게 됐다.

바른미래당 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을 소위 '트로이의 목마'라고 정치권에서 불린다. 소속은 바른정당이지만, 민주평화당에서 정치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돈 의원은 최근 평화당 정책연구원장에, 장정숙 의원은 공동대변인에 임명됐다. 박주현 의원은 평화당 GM특위 간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선거 관련 당직을 맡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평화당은 12일 바른미래당을 향해 재차 이들의 출당조치를 촉구했다.

윤영일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큰 것을 얻기 위해서는 작은 것도 놓을줄 알아야 한다"며 "출당도 못시키는 당은 바른 당이 아닐 것이며 작은 것만 탐내면서 미래를 보지 못하는 당은 미래당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떳떳하고 옳은 일은 평화당에서 활동하는 정치인들이 소신껏 활동하게 해주는 출당조치로 정의와 이익도 앞서야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 드린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도 "우리 3인은 바른미래당의 교섭단체 참여를 정식으로 거부한 바 있다. 결코 정치적 노선과 철학이 확연히 다른 바른미래당의 볼모가 될 수 없다"며 "그 일환으로 고심 끝에 평화당이 요청해온 공동 대변인 직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을 반대하던 이들이 탈당하지 않는 것은 비례대표라 자진 탈당시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들을 출당조치하지 않는 바른미래당에 '볼모정치' 이미지를 씌우면서, 반사이익을 노린다는 속내도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같은 전략이 유효한지는 의문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장 평화당 지지도도 출범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평화당은 이번 주 2.6%로 지난주보다 0.4%p 하락했다. 출범 직후인 2월 둘째 주 3.4%에서 시작해 3~4째 주 3.0%에 이어 내림세를 이어간 것이다.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은 통상 지원자를 받고, 당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순위를 심사해 후보자에게 부여한다. 이어 총선에서 얻은 정당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 규모가 결정된다. 가령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당초 10%대 정당지지도를 예측, 비례대표 5~6번까지를 당선 가능성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실제로는 20%가 넘는 정당지지도를 받으며 실제 비례대표 13명을 보유하게 됐다.

이처럼 비례대표는 지역구 의원이 지역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당선된 것과 달리 정당 지지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바른미래당이 비례대표를 '당의 자산'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논리다. 아울러 바른미래당은 비례3인이 자신들 주장처럼 '정치적 노선과 철학'이 중요하다면, 조배숙 평화당 대표가 과거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시절 의원직을 내려놓았던 것처럼 자진 탈당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번 비례대표 3인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다른 정당의 당직을 맡는 것이 법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중당적에 대한 도의적 논란의 책임에서 평화당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평화당의 정책과 전략을 담당할 연구원을 만들기도 전에 타당 의원에게 원장직을 맡기고, 타당 의원에게 당의 입장을 대변토록 했으며, 최근에는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구성까지 추진하고 있다. 평화당 의원들은 '정체성'을 내세우며 국민의당을 탈당했는데, 정작 소수임에도 가장 정체성이 모호해진 셈이다.

바른미래당 김철근 대변인은 "(비례3인은) 정당법상 2중 당적은 아니라고 하지만 국민들은 어느 당으로 인지할까. 이는 사실상 이중 당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으며 권성주 대변인도 "엄연한 타당 소속 의원에게 자당의 정책을 만들게 하고 대변하게 만들어 후안무치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해 탄핵정국에서 자유한국당 비례대표인 김현아 의원도 바른미래당 3인처럼 소속은 한국당에 두고 바른정당에서 활동했는데, 최근 이같은 자신의 행보에 대해 한국당 의원들에게 사과 편지를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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