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5 03:18
되살아나지 않는 제조업, 시름하는 지역경제
되살아나지 않는 제조업, 시름하는 지역경제
  • 현우진 기자
  • 승인 2018.03.12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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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일부 업종에서 근로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지역의 경제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위험요인이다. <픽사베이>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고용노동부는 매월 산업별 일자리의 증감을 파악할 수 있도록 고용보험 가입자 수에 대한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이 고용행정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피보험자 수는 최근 수개월 동안 2.1%에서 2.4% 사이의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을 유지하는 중이다. 업황이 밝은 업종일수록 더 많은 인원을 고용한다는 점에서, 일자리 동향이 안정적이라는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산업계의 각 분야들이 모두 같은 위치에 서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외에서 수요가 늘어나며 5~6%의 높은 피보험자수 증가율을 기록한 업종이 있는 반면, 마이너스 증가폭이 나타난 업종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제조업 분야의 일부 업종들에서 눈에 띄게 고용자 수가 감소한 사실이 관측돼 특별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 설 자리 좁아지는 전통적 제조업

자동차 제조업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지난 1월부터 감소세로 전환됐다(전년 동월 대비). 마지막으로 일자리가 줄어든 기록이 40개월 전인 2014년 9월이라는 사실은 최근 국내 자동차업계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드러낸다.

2월에는 일자리 감소 폭이 더 확대됐다. 17년 2월보다 고용자 수가 3,300명이 더 적다. 부품 제조업 분야에서 1년 사이 약 4,300명이 감소했으며, 그나마 상황이 나았던 완성차업계 또한 증가폭은 900여명에 그쳤다.

국내 자동차업계를 둘러싼 여건은 좋지 않다. 우선 내적으로는 한국GM의 공장폐쇄 문제가 있다. 한편 외적으로는 최대수출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해외 현지공장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국내고용을 제약하는 원인이다.

섬유산업과 의복·모피 제조업도 업황이 좋지 못하다. 2월 기준 국내 섬유산업 종사자는 10만5,000명, 의복·모피산업의 경우 6만5,000명이다. 두 업계를 합해 전년 동월 대비 약 7,000명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고용노동부는 “글로벌 의류경기의 회복이 지연되고 경쟁이 심화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국제무역통계사이트 OEC에 따르면 인조섬유와 셀룰로오스 섬유지, 니트 스웨터 등 섬유·의복산업 관련제품의 국제거래량은 최근 수년간 나란히 감소하는 중이다.

◇ 잇단 구조조정에 파산까지… 고개 숙인 조선업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고용행정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업종은 따로 있다. 선박과 철도, 항공장비 등을 제조하는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이다. 극도로 악화된 업황에 시름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조선업 때문이다.

작년 초 한진해운의 파산이 결정됐을 당시 부산신항만 한진해운터미널의 모습. <뉴시스>

조선업 경기가 악화되면서 선박수주가 급감하자 2015년 말 21만명까지 늘어났던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 종사자 수도 16년 들어 감소세로 전환됐다. 지난 2월의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 종사자 수는 13만3,000명에 불과하다. 공적자금을 통해 연명하던 조선사들이 결국 파산 기로에 서면서 인력감축, 또는 부두폐쇄조치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작년 초 한진해운이 파산한데 이어 지난주에는 성동조선도 법정관리 처분을 받았다. 국제적 공급과잉 속 수주경쟁에서 중국 등에게 밀린 영향이다.

◇ 흔들리는 지역경제

한국GM과 군산의 사례에서 보듯 특화산업의 흥망과 지역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역인 다수가 해당 업종에 종사하기 때문에 그 파급력은 이들의 소득에 의존하는 부양인구와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까지 그대로 전달된다.

다수의 조선업체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울산과 경남이 대표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역경제동향 자료에 따르면 부산과 경남의 2017년 광공업 생산은 16년 대비 10.2% 감소했다. 울산도 광공업 생산이 5.9%, 서비스업 생산이 0.4% 감소(전국 최저)했다.

생산의 감소는 자연스레 소비의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 한 해 울산과 경남지역의 총 소비액은 전년 대비 각각 -1.9%와 -2.1% 감소했다. 연평균 물가상승률도 전국 최저 수준이었다. 주력산업이 쇠퇴하면서 일종의 국지적 디플레이션이 나타난 셈이다.

작년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가동이 중단된 전북 또한 조선업 침체의 여파를 맞은 사례에 속한다. 18년 2월 기준 전북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계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단 700명에 불과하다. 1년 전에 비해 59.6% 줄어든 수치다. 여기에 한국GM 사태까지 겹치면서 전북 지역의 제조업 생산·소비·고용지표는 앞으로 더 악화될 전망이다.

현재 전북도가 군산 지역에 대한 특별지원방안을 발표하고, 관세청은 군산·통영 소재 기업들에게 최대 12개월까지 조세납부기한을 연장해주는 등 각계에서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특정 산업에 크게 의존하던 경제구조를 재편하기가 불가능한 만큼 이들 지역의 일자리 회복도 지난한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