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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고성과 욕설… 전쟁터 방불케 한 ‘레이젠 주총’
13일 레이젠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경남관광호텔.<시사위크>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경영진 교체를 요구한 레이젠 주주연대의 반란이 허무하게 종결됐다. 장시간의 대치 끝에 보이콧을 선언하고 주주총회장을 떠난 것. 이후 사측 인사들이 주도한 주총은 10분 만에 경영진 해임안건 등을 부결시키며 10분 만에 종료됐다.

◇ 경찰까지 출동한 주주총회장… 대체 무슨 일이?

13일 서울 동대문구 경남관광호텔에서 열린 레이젠의 주주총회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날 오전 방문한 경남관광호텔 앞엔 이른 시간부터 경찰승합차 2대를 비롯해 총 6대의 경찰차가 세워져 있었다.

호텔 관계자는 “어제부터 덩치가 큰 사람들이 다수 투숙해 분위기가 뒤숭숭했다”며 결국 “아침에 경찰까지 왔다”고 귀띔했다.

13일 오전 경남관광호텔에 출동한 경찰차들.<시사위크>

8시경 주총장이 마련된 11층에 올라가보니 경비업체 인력으로 구성된 운영요원들과 주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레이젠의 주주연대 관계자는 “사측이 부른 경비업체 인력들이 이날 새벽 6시부터 주주총회장을 점거했다”며 “경찰이 오면서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반면 사측의 말은 달랐다. 레이젠 관계자는 “새벽 6시경 (의결표 확인을 위한) 검수대를 설치하고 주총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주주연대 측 인력들 수십 명이 주주총회장을 점거했다”고 설명했다.

한 레이젠 직원의 통화목록. 이날 오전 7시 112에 통화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시사위크>

이 관계자는 “대표는 주주총회장에 갇혀있었고, 주주연대 인력들이 우리가 마련한 검수대까지 부쉈다”며 “결국 경찰에 신고해 상황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총 인원 80명에 경호인력은 20~30명 정도”라며 “주주연대가 200여명의 용역을 불렀다는 정보에 방어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 레이젠 직원의 휴대폰에선 이날 오전 7시경 112에 전화를 건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찰의 출동에도 상황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주주연대 측의 인력들이 주총장 앞을 가로막고 있었고, 사측과 주주연대는 의결권 검수방식 및 확인요원 배치 등에 대한 말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한 주주는 주총장에 입장하려다 제지를 당하자 “무슨 깡패인가, 경찰이 왔으면 공과 사를 구별해 달라”고 고함쳤다. 또 다른 주주는 “당신이 뭔데 나가라 마라야”라며 욕을 내뱉었고, 운영요원 측에서도 욕설로 반박했다.

사태가 진정을 보인 건 2~3시간이 지난 뒤였다. 10시 22분 의결권 검수가 시작된 것. 사측과 주주연대는 기나긴 협상 끝에 각각 3명의 검수요원을 투입하고, 신분증 사본이 첨부되지 않은 위임장 등은 일단 보류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양측은 위임장의 하자여부를 면밀히 검토하며 신경전을 벌였고, 신분증 사본과 다른 이름이 기재된 위임장 등 하자있는 서류 수십 건을 의결권에서 제외했다.

또 위임장이 사본이란 지적에 일부 대리인들은 원본으로 교체하는 소동이 있었고, 위임장 수대로 투표용지를 발행하다보니 모자란 투표용지를 재발행하는 일도 있었다.

주총장 입구를 통제 중인 주주연대 측 인력들.<시사위크>

◇ 지루한 기다림… 허망한 결말

검수과정은 길었다. 그 과정에서 주총과 다른 의미로 관련된 이들이 행사장을 찾기도 했다.

우선 오후 1시 20분경엔 호텔 측 관계자가 올라와 소란이 가득했던 현장을 둘러봤다. 이 관계자는 “깨지고 어지럽혀지고, 저희도 기분이 좋지 않다”며 “이런 상황인줄 알았다면 대관을 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또 관할 경찰서에선 주주연대에서 동원한 경비인력들이 신고가 안됐다며 조사를 나오기도 했다. 주주연대 측은 “용역업체 인력이 아니라 아르바이트 생”이라고 해명했고, 담당 경찰은 ‘아르바이트생 명단’을 요구했다.

의결권 검수과정은 오후 4시부로 종료됐지만, 지루한 기다림은 계속됐다. 중복된 위임장 등 보류로 잡았던 서류들에 대한 검토가 남았기 때문이다.

변화는 오후 5시를 앞둔 시점에 일어났다. 주총장 밖 검수대에서 위임장을 검토 중인 주주연대 측이 돌연 ‘주총을 못 하겠다’며 “갑시다”라고 말했다. 이에 주총장에 입장한 주주연대 관계자들은 줄줄이 빠져나갔고, 주총장엔 사측 인물들만 남았다.

(위부터) 주주연대와 사측 관계자들이 입장한 주주총회장과, 사측 관계자만 남은 주주총회장.<시사위크>

주주연대 측은 “보류된 위임장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사측이 너무 인정을 안 해준다”며 부당함을 토로했다. 반면 사측은 “검수과정에서 표 계산이 대충 끝났다”며 “그런 (보류된) 위임장을 다 포함해도 의결에서 이기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백준석 주주연대 대표는 “구체적인 상황을 알아봐야 겠다”며 주총장을 떠났다.

결국 임시주주총회는 당초 예정된 시각보다 8시간가량 늦춰진 오후 5시 10분경 시작됐다. 참석자들은 당연히 레이젠 관계자들뿐이었다. 정준기 대표는 총 주식의 31.25%가 출석했음을 알렸고, 경영진 교체 및 정관변경 등 1~4호 안건은 10분 만에 부결처리 됐다.

정 대표는 주총이 끝난 후 “실적이 부진했던 탓”이라며 “포화된 기존사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템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실적개선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레이젠은 LCD 디스플레이의 부품인 BLU 생산이 주력인 업체다. 이번 주주총회는 주주연대가 현재 경영진 해임 및 새로운 이사진 선임을 위한 것으로, 이들은 “현 경영진의 전횡으로 투자적자만 150~16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장민제 기자  jmj83501@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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