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신사업 43개, 사업진행은 물론 성과 답보상태
‘아니면 말고 식’ 신사업 진출 방식 지양해야… 지적도

(주)한라가 지난 8년간 새롭게 추가한 사업 목적 43개 대부분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라>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정부의 연이은 고강도 규제로 인해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침체된 가운데서도, 지난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끌어 낸 중견건설사 (주)한라.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턴어라운드를 맞은 만큼 업계와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법도 하지만, 한켠에선 이 회사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과거 야심차게 진출을 선언한 신사업들이 수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 특히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주가 상승 호재로 작용할 수 있어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8년간 43개 신사업 추가… 진행 상황은?

‘43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주)한라가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사업의 수다. 1년에 5개 가량의 신규 사업 진출을 선언함 셈인데, 이는 건설사는 물론 재계를 통틀어서도 쉽게 보기 드문 이례적인 숫자라는 평가다. 지난 2013년 한 해에만 무려 10개의 신규 사업들을 추가시키도 했다.

체급이 비슷한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주)한라의 ‘의욕’이 범상치 않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주)한라를 바짝 뒤쫓고 있는 코오롱글로벌이 같은 기간 9개의 신규 사업을 정관에 포함시켰다. 2계단 뒤쳐진 태영건설은 3개에 그쳤다. (주)한라와 함께 범현대가로 분류되는 KCC건설도 8년간 6개의 신사업을 계획했을 정도다.

관심은 과연 (주)한라가 제시한 청사진이 얼마나 실현됐느냐에 쏠린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답은 현재로선 비관적인 쪽에 가깝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부터 바이오 에탄올 제조, 환전업 등 주력인 건설과는 다소 동떨어진 사업 포트폴리오가 즐비하지만, 이를 실행할만한 법인이나 사업부서가 창설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2010년 후 (주)한라는 해외법인을 제외하고 9개의 종속회사를 설립하거나 편입시켰는데, 이들 대부분은 신규 사업 목적과는 무관한 영역에 종사하고 있다. 한라엠켐(레미콘), 한라OMS(환경오염관리), 한라세르지오(회원제골프장), 케이에코로지스(물류) 등 8개 자회사들의 (주)한라가 나열한 신사업들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딱 한 곳 예외는 있다. 2015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에이치워터’란 곳이다. 이는 2013년 정관에 새롭게 추가된 ‘먹는 샘물 제조 가공 및 판매’를 위해 설립된 회사로 (주)한라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에이치워터는 간판만 내걸었을 뿐, 법인 설립 3년째인 지금까지 어떤 사업도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주가에 영향… 아니면 말고 식 진출 지양해야”

이와 관련 (주)한라 관계자는 “생수 사업을 위해 법인을 설치하기는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아직 구체적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또 43개에 이르는 신규 사업들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자회사와 함께 검토 중인 항목들이 있다”고 짧게 답했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신사업 진출이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통 신사업 진출 소식은 해당 기업의 호재로 작용해 주가 상승을 불러오지만, 향후 계획이 흐지부지 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이 안게 된다. 그런 점에서 지금과 같은 ‘아니면 말고 식’ 신사업 진출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목소리다.

경실련 권오인 팀장은 “기업설명회나 사업설명회 등의 자리를 마련해 향후 진출한 사업들에 대한 구체적인 중장기적 로드맵을 제시하는 방식이 옳은 것이지, 지금과 같이 주총에서 뜬구름 잡는 식으로 사업 목적을 추가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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