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각종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마침내 검찰 앞에 피의자 신분으로 섰다. 14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참담하다”는 심경을 밝힌 뒤 자신을 둘러싼 각종 혐의와 관련해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역사상 5번째로 이뤄진 전직 대통령의 검찰 소환으로 긴장감이 감도는 것은 정치권만이 아니다. 알려진 것만 20여개가 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혐의 중 뇌물 등 비리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여기에 얽힌 여러 기업들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초조해진 기업들의 상황을 짚어본다.

◇ 뇌물 순순히 인정한 이학수, 왜?

먼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깊이 연루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및 실형선고를 받았던 삼성이다. 삼성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요 혐의에도 연루돼있다. 실소유주 의혹에 휩싸인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삼성이 대납했다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뇌물 공여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뇌물의 대가는 2009년 이건희 회장의 사면과 이듬해 삼성 관계자들에 대한 사면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학수 전 부회장 등 삼성 측이 뇌물 혐의를 순순히 인정한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해당 사건과 이학수 전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것 모두 꽤 오랜 세월이 흘렀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소송비 대납의 의사결정을 이건희 회장이 내렸다고 밝혔다.

즉, 이번 사안이 지금의 삼성이나 이재용 부회장에게 연결고리가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 도덕성에 대한 지탄이나 기업이미지 훼손 등은 불가피하겠지만, 이로 인해 이재용 부회장이 다시 피의자가 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이재용 부회장의 집행유예로 쏠렸던 부정적 여론이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향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 엎친 데 덮친 롯데… 다시 ‘뜨거운 감자’ 된 롯데월드타워

삼성보다 더욱 긴장하고 있을 곳은 롯데일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이명박 정권 시절 가장 돋보이는 성장을 이룬 곳으로 꼽힌다. 그만큼 많은 특혜논란이 있었고, 잠실에 우뚝 솟은 롯데월드타워가 이를 상징하고 있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롯데호텔에 집무실을 마련했고, 당시 호텔롯데 사장이 최측근이었던 점, 이명박 정권 시절 청와대가 롯데에 모종의 제안을 건넨 문건이 발견된 점 등 수상한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롯데가 처한 현 상황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던 신동빈 회장이 지난달 실형을 선고받고 전격 법정구속됐다. 앞서 각종 경영비리 혐의에 대해선 실형선고를 피했지만,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초유의 총수공백 사태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비리까지 드러날 경우 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의혹의 핵심인 롯데월드타워가 지니는 상징성과 안보문제에 얽힌 특혜라는 점 등이 사안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아울러 이명박 전 대통령과 롯데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상당하다는 점도 적잖은 후폭풍을 예상하게 한다.

◇ 대통령 배출한 현대건설, 사돈기업들도 ‘긴장’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을 비켜갔던 현대자동차도 초조하긴 마찬가지다. 우선,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출신이라는 점에서부터 연결고리가 시작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 혐의의 핵심인 다스는 현대차의 협력사이며, 현대건설 출신의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들이 경영진에 대거 포진했다.

현대차는 삼성과 마찬가지로 다스 소송비 대납의혹에 휩싸였고, 현대건설 인수 및 해외원전 수주를 둘러싼 의혹도 일부 제기된바 있다. 다만, 삼성이나 롯데에 비해 연루된 의혹의 중대성이나 입증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이밖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한국타이어와 효성그룹도 각종 특혜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포스코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이 유죄를 선고받은 뇌물사건에 연루된바 있고, 해외투자 등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의혹이 남아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여러 혐의의 향방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기업과 연루되지 않은 혐의도 상당하고, 기업과 연루된 혐의의 경우 입증하기 쉽지 않은 내용이 적지 않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모든 혐의가 뚜렷하게 밝혀지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구속으로 이어졌듯, 철퇴를 맞는 기업이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와 관련해 한 재계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나 실형 여부가 연루된 기업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며 “이재용 부회장 구속처럼 또 다른 초유의 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촉각이 곤두서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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