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및 IPTV 설치·수리기사들을 자회사(홈앤서비스)로 편입시켜 직접 고용에 나섰던 SK브로드밴드가 각종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인터넷 및 IPTV 설치·수리기사들을 자회사(홈앤서비스)로 편입시켜 ‘하청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던 SK브로드밴드가 각종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청업체 소속 당시 고질적 문제였던 저임금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고, 직접고용의 핵심인 직원들의 안전관리 또한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높은 업무강도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실적성과급 제도를 마련해 ‘생존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직접고용을 염원했던 기사들은 “100개의 하청업체가 1개의 하청업체로 합쳐졌을 뿐”이라고 말한다.

◇ 저임금 문제는 외면하고 실적 압박 정책만

SK브로드밴드는 새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 민간기업 최초로 자회사를 설립해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전원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같은해 6월 ‘홈앤서비스’라는 자회사를 세우고 7월 1일부로 대부분의 하청업체 기사들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는 사실상 원청이 하청업체 소속 기사들의 인사를 관리하고 있으면서도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 관행이 문제로 대두된 데 따른 조치였다.

또한 살인적인 업무강도와 저임금 실태에 대해 ‘바지사장’인 하청업체 사장에게 아무런 결정 권한이 없는 것도 문제가 됐다. 그러나 자회사 전환 후 8개월이 지난 현재 홈앤서비스 소속 기사들은 여전히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월 기본급은 158만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157만3,77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노조에 따르면 이는 SK브로드밴드 노동자들의 임금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또 일부 영업직의 경우 최저임금도 안 되는 148만원의 기본급을 받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나아가 홈앤서비스는 지난 8일 ‘고성과 조직’에 20%, ‘고성과 구성원’에 10%의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통보하고, 다음날인 9일 이를 실행했다. 그간 노조는 전체 기사들의 임금인상을 촉구해왔지만 오히려 실적 압박 정책을 내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는 14일 오전 SK서린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는 홈앤서비스 임금TF를 통해 낮은 기본급과 과도한 실적급여로 이뤄진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꾸준히 지적해왔다”면서 “그러나 오히려 일방적인 ‘차별성과급’을 내놓으면서 기사들을 생존경쟁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는 지난해 노조와 홈앤서비스가 체결한 단체협약 제14조를 위반한 행위라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이영석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교육선전부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처음 자회사로 편입될 당시 수리기사들은 하청업체에서 적용됐던 실적급여 체제가 아닌 월급제를 요구했었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회사는 실적 급여를 고수하며 저임금, 고강고 노동을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가 제공한 사측의 온라인 안전교육 이수 촉구 공지문.

◇ 온라인 안전교육, 짬내서 이수하라?... “달라진 게 뭔가”

이번에 노조가 지적한 문제는 비단 임금체계뿐만이 아니다. 자회사 설립의 가장 큰 이유였던 안전 관리에서도 사측이 소홀하게 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조에 따르면 홈앤서비스 소속 기사들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시행하는 분기별 안전 교육을 온라인으로 받고 있다. 그러나 실적임금 체계에 따른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기사들을 위해 따로 교육 이수 시간을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이날 “2016년 비가 오는 날에도 전신주에 올라 수리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결국 추락사하는 일이 발생했음에도 안전교육을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있다”면서 “이마저도 잠을 쪼개서, 휴일을 할애해서 교육을 이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노조는 온라인 안전 교육과 관련해 ‘미이수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업 업무로 많이 바쁘시겠지만 교육 기간 안에 반드시 이수하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공개했다.

아울러 산업안전보건법 제19조에 따라 사측이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해야 함에도 이를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영석 교육선전부장은 “SK브로드밴드는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하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왔지만 최근엔 영업접수 직군을 중심으로 계약직 채용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100여개의 하청업체가 1개의 하청업체로 바뀌었을 뿐 생존경쟁으로 몰린 기사들의 현실은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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