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콘 전 백악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후임으로 보수파 자유무역주의자 래리 커들로 CNBC 앵커가 지명됐다. 사진은 14일(현지시각) 인터뷰를 위해 뉴욕증권거래소로 입장하고 있는 커들로 예비 NEC 위원장.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게리 콘 전 백악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후임자가 결정됐다. 경제전문 채널 CNBC의 앵커이자 경제평론가인 래리 커들로가 그 주인공이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고, 2016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의 고문을 맡기도 했던 커들로는 14일(현지시각) 공식 지명자 신분으로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 왜 래리 커들로인가? ‘관세’보다 ‘감세’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커들로 예비 위원장의 지명 소식을 밝히며 “나는 그를 매우 오랫동안 알아왔다. 우리는 모든 분야에 대해 의견을 같이하지는 않지만, 이 경우엔 그것이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다양한 의견을 원한다”고 밝혔다. 새 지명자에 대한 소개치고는 상당히 방어적인 어조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양한 의견’을 언급한 것은 래리 커들로가 관세정책에 반대하는 자유무역주의자기 때문이다. 전임 NEC 위원장인 게리 콘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로 백악관을 떠나야했던 이유가 다름 아닌 관세정책에 대한 입장 차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선택은 상당히 의아하게 느껴진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선호도를 조사한 시카고대학 부스경영대학원의 최근 설문조사는 이 아이러니를 설명할 단서를 제공한다. 조사 결과 설문에 응한 어떤 경제학자도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부과조치가 미국인들의 삶의 질을 증진시킬 것이라고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충격적인 것은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의 대표정책인 감세에 대해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현재와 같은 감세정책들을 지속해 나감으로서 GDP를 더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인가’란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응답한 경제학자는 단 2%에 불과했다.

그러나 래리 커들로는 이 드문 사례에 속하는 인물이다. 39.6%였던 미국의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은 작년 말 상원을 통과한 감세안에서 37%로 인하됐지만, 여기에는 2025년 말까지만 적용된다는 제한조건이 붙었다. 커들로 지명자는 인하된 소득세율을 영구적으로 적용하는 ‘두 번째 세제개혁안’의 지지자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커들로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보내려 준비한 조롱들을 잠시 접어둔 채 더 많은 감세법안들을 통과시키려 나설 것이다”고 단평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가, 적어도 경제 분야에서는 이미 파탄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내놨다. 적자예산부터 이번 관세 대란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길 원하는 정책들은 어느 것 하나 공화당 내부의 반발을 불러일으키지 않은 것이 없었다. 즉 커들로가 선택된 것은 그보다 탁월한 성과를 낸 공화당의 경제학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관세에 대한 래리 커들로 예비 NEC 위원장의 발언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은 철강을 소비하는 미국 내 500만개의 일자리를 위험에 빠트렸다”
-18년 3월, ‘내셔널 리뷰’에 보낸 기고문에서 백악관의 관세정책을 비판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 정책을 아주 잘 다뤘다. 나는 그의 규제완화 정책과 인프라투자, 심지어 이민정책도 너무나 마음에 든다. 단 무역정책은 제외하고”
-18년 3월, 자신이 진행하는 CNBC 방송에서 대통령에 대해 던진 농담.

◇ 예상되는 정책변화는? ‘강한 달러’와 ‘차별적 관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수차례 ‘강한 달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왔지만, 정작 그의 취임 후 달러가치는 나날이 낮아져만 갔다. 가장 큰 이유는 높아진 미국 정계와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다. 불화를 겪을 때마다, 또는 미국 대통령과 북한이 언쟁을 벌일 때마다 달러 인덱스는 낮아졌고, 반대급부로 금과 엔화의 가치는 높아졌다.

앞으로는 보다 확실한 ‘강달러’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새 NEC 위원장 또한 강한 달러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들로 예비 위원장은 자신의 지명이 공식화된 후 “강한 국가는 강한 화폐를 가져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를 알고 있다”며 달러가치에 안정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물론 환율은 수많은 변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달러화의 앞날을 쉽사리 재단할 수는 없다.

한편 현재 국제무역계의 가장 큰 이슈인 관세 전쟁은 커들로 위원장의 등장으로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백악관의 몇 안 되는 자유무역의 지지자였던 게리 콘은 사임했지만 그 뒤를 이은 래리 커들로 역시 “역사적으로 미국의 경제침체 상당수는 관세로부터 비롯됐다”고 주장하는 자유무역주의자다. 커들로 예비 위원장은 특히 동맹국들에 대한 관세에 부정적인 시선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어, 미국으로부터 면제조치를 얻어내려 노력하고 있는 한국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중국만은 예외였다. 커들로 지명자는 자신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중국은 국제 무역규칙을 따르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그에 마땅한 벌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히는 등 중국을 향해 강경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관세가 경기침체를 불러일으킨다는 그의 평소 입장과는 정반대되는 발언이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불균형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 대선 당시부터 지적해왔던 주제였다.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각) 백악관이 중국에 600억달러 상당의 추가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여기에 새 NEC 위원장마저 대 중국 무역규제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양국의 무역 대립은 한 층 격화될 전망이다. 또한 중국산 철강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주요 경로 중 하나로 한국이 의심받고 있는 만큼, 이 의혹을 해명하는 것도 한국에게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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