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해 10월 17일(현지시각) 한국타이어 미국 테네시 공장 준공식 모습. <뉴시스 / 한국타이어>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한국타이어가 미국에서 제기된 교통사고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미국 법원은 한국타이어에 ‘교통사고 피해자에 3,783만달러(한화 약 40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타이어 본연의 품질문제와 무관치 않은 사안이라는 점에서 한국타이어의 미국시장 확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최근 미국 버지니아 연방법원은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로버트 베네딕트 씨가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배상액은 3,783만달러. 한화 400억원 규모다. 이 같은 사실은 <미주한국일보> <글로벌이코노믹> 등 국내 일부 언론을 비롯해 <타이어 비즈니스> <타이어리뷰> <Law360> 등 다수 현지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국내외 보도를 종합하면, 베네딕트 씨는 지난 2014년 11월 교통사고를 당했다. 한국타이어가 장착된 트럭을 몰고 가다 타이어가 트럭에서 분리되면서 경사면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것. 이 사고로 하반신 마비 등 큰 피해를 입은 베네딕트 씨는 한국타이어의 제품 결함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피해보상 요구액을 모두 지불하도록 명령했다.

현지 매체들은 “배심원은 사고가 타이어 제조업체(한국타이어)의 결함으로 인한 것이라고 판결했다”고 보도했다. 제조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고, 부품 내구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법원은 지적했다고도 덧붙였다.

2013년 10월 미국 테네시 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및 이후 소송진행 상황을 다룬 현지 언론보도 갈무리. < wsoctv>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측은 “항소할 예정”이라며 “보험에 가입돼 있는 만큼 배상금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그러나 이번 판결로 한국타이어의 품질경영에 생채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북미 시장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는 상황에 어떤 여파를 미칠 지도 관심사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10월 미국 테네시 주에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 가동에 착수한 상태다. 가동률과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회사 입장에선 배상금 규모보다 대외신인도를 염려해야 할 처지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이번 소송 외에도 앞서 6명이 사망한 대형 교통사고 소송도 진행중이다. 2013년 10월 미국 테네시 주 녹슨빌에서 한국타이어를 장착한 교회 버스가 타이어 부근에 이상이 발생해 방향을 잃고 추돌, 총 8명(버스 사망자 6명)이 사망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한 것인데 당시 버스에 탑승했던 생존자들과 유족들은 “버스 왼쪽 앞바퀴에 장착된 타이어 결함으로 인해 사고가 발행했다”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이레델 카운티 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타이어 측은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으며 타이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조양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사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총괄 부회장은 글로벌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법인을 비롯해 지난해 준공한 미국 테네시 공장을 직접 챙기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버지니아 소송) 1심 판결이 나온 것으로, 내부적으로 항소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최종 판결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보험이 가입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사에 (금전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지 교통사고 피해자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으로, (타이어) 결함 등 품질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미국시장에서의 영향 역시 지금은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판결자체가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3년 미국 테네시에서 발생한 버스사고 소송에 대해선 “현재 소송이 진행중이어서 자세히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양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총괄 부회장은 글로벌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법인을 비롯해 지난해 준공한 미국 테네시 공장을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해엔 테네시 공장에서 6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지만, 올해부터는 판로 확보에 집중하며 수익 창출에 매진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한국타이어는 현재 미국에서 타이어 교체 시장에만 제품을 공급하고 있고, 신차 시장에는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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