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판매정지 조치로 단 1대도 판매하지 못했던 폭스바겐이 판매재개에 시동을 걸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0대. 폭스바겐의 지난해 국내시장 판매실적이다. 2016년 여름 배출가스 조작 파문과 관련해 판매정지 처분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아예 단 1대도 판매하지 못했다. 아우디 또한 같은 이유로 지난해 판매실적이 962대에 불과했다.

이처럼 지난해 완전히 몰락했던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올해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아우디는 지난해 말 신형 R8을 출시했고, 올해 초에는 평택항에 방치돼있던 물량을 할인판매 했다. 판매재개를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폭스바겐의 행보는 조금 더 빠르다. 지난달 신형 파사트 GT를 공개한데 이어 최근 1호차 인도행사를 가졌다. 줄곧 0의 행진을 달렸던 폭스바겐의 판매실적이 3월부턴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수입차 판매 1위에 자주 등극했던 티구안과 아테온 등이 출시되면 예전의 입지를 빠르게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 사과는 없고, 책임자는 해외도피

오랫동안 기다린 소비자도 있겠지만, 이 같은 복귀 행보를 바라보는 싸늘한 시선도 존재한다. 물론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판매재개는 법적 절차를 거쳐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과거 잘못에 대한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슬그머니 판매를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배출가스 조작파문과 관련해 줄곧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리콜이나 보상에 미온적이었고, 환경부에 제출한 리콜계획서는 내용이 부실했다. 이러한 태도는 특히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의 태도와 전혀 달라 한국을 무시한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결과적으로 판매정지라는 강도 높은 철퇴를 맞게 된 이유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명확한 사과나 배상은 없었다. 100만원 상당의 서비스바우처만 지급했을 뿐이다. 1년이 넘는 공백기간이 있었을 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태도에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법적 책임까지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해 기소된 요하네스 타머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독일로 떠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재판에 아예 참석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은 “개인 재판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하네스 타머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책임자로서 기소된 것이지, 개인적인 사안으로 기소된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소송에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함께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송에 참여 중인 한 관계자는 “실제로 소송에서 이길 수 있을지, 얼마나 보상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괘씸해서라도 끝까지 가볼 것”이라며 “소비자와 한국을 무시하는 기업에 대해 사회적 차원의 대응도 필요해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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