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부인 김윤옥 여사와 아들 이시형 씨가 연루된 사건에 대해서도 연관성에 선을 긋고 책임을 회피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나는 모르는 일이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부터 15일 새벽까지 진행된 검찰 소환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만약 범죄 행위가 있었다면 “실무선에서 이뤄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측근은 옛말이 됐다. 각종 범죄의 공모자로 자신을 지목한데 대해 “처벌을 경감하기 위한 허위 진술”이라고 맞받아쳤다. 사실상 MB는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법리 다툼을 앞두고 꼬리자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 “나는 모르는 일”… 측근·가족에게 책임 떠넘기기

가족도 예외가 아니었다. 부인 김윤옥 여사와 아들 이시형 씨에게도 선을 그었다. 특히 MB는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0만 달러(약 1억원)를 김윤옥 여사 측에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돈의 종착지와 관련 “부인과 관련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가 자백한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의 뇌물 의혹이다.

이상주 전무는 이팔성 전 회장으로부터 22억5,000만원을 건네받은 뒤 김윤옥 여사와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각각 5억원과 8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밝혔다. 돈의 성격은 인사청탁용으로 파악됐다. 영부인은 말할 것도 없고, MB의 둘째형 이상득 전 의원은 ‘만사형통’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터다. MB는 사위의 진술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MB는 검찰 조사 당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다스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내 소유 법인이 아니고, 경영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다스의 진짜 주인을 규명하는데 핵심 사안으로 꼽히는 도곡동 땅 문제의 경우 맏형 이상은 다스 회장과 아들 이시형 씨에게 책임을 돌렸다. 도곡동 땅 매각자금은 이상은 회장의 다스 지분 취득에 종잣돈으로 쓰였다. 남은 돈은 장기간 계좌에 방치되다 MB의 논현동 자택 수리비 등으로 67억원이 사용됐다.

MB는 형인 이상은 회장에게 ‘빌린 돈’으로 진술했다. 다만 “차용증은 찾지 못했고, 이자도 낸 바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후다. 이상은 회장의 진술은 사뭇 달랐다. MB에게 돈을 빌려준 사실에 대해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 검찰은 MB의 진술에 신빙성을 의심하고 있다. 아무리 형제라 하더라도 매각대금 150억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67억원을 빌려줬으면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기존의 입장 변화 대신 법리적으로 다퉈보겠다는 각오로 전해졌다. <뉴시스>

형제간의 갈등은 시형 씨가 연루된 의혹에서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MB의 재산관리인으로 불리는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이 시형 씨의 지시로 다스 관계사 디온에 약 40억원을 무담보 대출한 것으로 알려진데 대해 MB와 이상은 회장 모두 “모르는 일”이라고 서로에게 떠넘겼다. 특히 MB는 “아들이 다스에 가서 어떤 일을 하는지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형과 아들의 문제라는 얘기다. 다스 전무로 재직 중인 시형 씨는 다스의 자금 관리를 맡고 있다.

사실상 MB는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측근들은 물론 가족에게마저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가족끼리 ‘입’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내부에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영장심사와 향후 진행될 재판에서 법리적으로 다퉈볼 심산인 것. 앞서 MB의 변호인단은 검찰 조사 당시 조사 내용을 일일이 받아 적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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