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보영이 ‘믿고 보는 배우’의 진가를 재입증했다. <다니엘에스떼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단아한 외모에 안정적인 연기력, 좋은 작품을 고르는 선구안까지 갖췄다. 여기에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추겠다”라는 남다른 책임감까지 더해지니 당해낼 재간이 없다. 배우 이보영이 ‘마더’에서 압도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며 ‘믿고 보는 배우’의 진가를 재입증했다.

웰메이드 드라마로 호평을 받으며 종영한 ‘마더’ 포스터 < tvN 제공>

이보영은 케이블채널 tvN 수목드라마 ‘마더’(연출 김철규, 극본 정서경)에서 엄마가 되기엔 차가운 선생님 수진 역을 맡아 가슴 절절한 모성애 연기를 펼쳤다. 지난 15일 방송된 ‘마더’ 마지막 회에서는 2년 후 수진과 윤복(혜나 역, 허율 분)이 ‘진짜 모녀’가 되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마더’는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엄마에게 버림받은 8살 여자아이 혜나와 수진의 진짜 모녀가 되기 위한 가짜 모녀의 가슴 시린 러브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높은 완성도, 배우들의 열연으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제1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 한국 드라마 최초로 칸에 입성하게 됐다.

‘마더’에서 이보영은 ‘안방극장 퀸’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친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오해로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온 수진은 자신과 닮은 혜나를 만나 서서히 진짜 엄마가 돼간다. 이보영은 수진의 차갑고 냉철한 모습과 그 안에 숨겨진 내면의 상처를 세심한 연기력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 또 천천히 한 아이의 엄마로 성장하는 이보영의 모성애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안겼다. 특히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선의 감정연기는 더욱 깊은 여운과 감동을 자아냈다.

이보영이 ‘마더’에서 압도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 < tvN ‘마더’ 캡처>

지난 8일 방송된 14회 법정신은 이러한 이보영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난 장면이다. 수진은 최후 진술에서 형량을 줄이기 위한 자기변호보다는 혜나를 향한 진심을 털어놓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시간을 되돌려 그 때로 돌아간다면 다시 그 애의 손을 잡고 또 도망치게 될 것 같습니다”라며 차분하고 담담하게 진심을 전하는 수진의 모습은 그 어떤 오열 장면보다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이보영이 ‘마더’ 제작발표회에서 작품에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뉴시스>

이보영이 ‘마더’에 임하는 각오는 남달랐다. 지난 1월 진행된 ‘마더’ 제작발표회에서 이보영은 “아이를 낳고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이 학대 기사만 눈에 띄었다”라며 “주변에 학대받는 아이들에 대해서 더 둘러보고 관심을 갖고 이야기해야 하지 않나 싶을 때 이 작품을 만나게 됐다. 책임감으로 선택했다”라고 밝히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보영의 진심은 ‘마더’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남다른 책임감으로 작품에 임한 그는 어느 때보다 진정성 있는 연기를 펼쳤고 또 하나의 인생작을 완성하게 됐다.

2002년 한 음료 회사 광고로 연예계에 데뷔한 이보영은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2004~2005), ‘어여쁜 당신’(2005), ‘서동요’(2005~2006), ‘애정만만세’(2011~2012), ‘적도의 남자’(2012)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았다.

특히 2013년 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와 같은 해 방송된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연이어 히트시키면서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다. ‘내 딸 서영이’에서 이보영은 아버지를 향한 미움을 간직한 이서영 역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 드라마도 최고 시청률 47.6%(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인생작을 만들어내는 이보영. <다니엘에스떼 제공>

공백기 없이 차기작을 선택한 이보영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통해 ‘내 딸 서영이’에서 보여준 모습과 정반대의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호평을 얻었다. 드라마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흥행했고 이보영은 그해 연말 시상식에서 연기 대상을 수상하며 진가를 인정받았다. 이후 SBS ‘신의 선물-14일’(2014)과 같은 방송사 ‘귓속말’(2017)로 묵직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인생작’을 만들어내는 이보영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연기는 깊어지고 성장한다. 여기에 그녀의 ‘진심’이 더해지니 묵직한 감동이 따라온다. 명불허전 이보영. 그녀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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