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19일 여성가족부 현안보고에서 정현백 장관을 향해 최근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 관련 정부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질책을 쏟아냈다.<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19일 여성가족부 현안보고에서 정현백 장관을 향해 최근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 관련 정부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질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와 강간죄 적용법 개정 등 대부분 사안의 결정권을 국회와 법무부가 쥐고 있는데도 여가부 장관만을 질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이날 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 추진현황 및 계획을 국회에 보고했다. 국회 여가위 위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 장관을 향해 질타를 쏟아냈다.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 장관이) 장관 직위에 대한 개념이 미흡한 것 같다. (장관을) 국무조정실장이라고 착각하고 계신 것 같은데 단순히 점검만 하는 자리가 장관직이 아니다”며 “‘장관직 걸고 성취하겠다’고 하셔야 된다. 장관직 걸고 강간법 하나 고치겠다고 하시면 여성들 다 박수친다. 그런 얘기는 못 하시는 것 같다”고 따졌다.

정 장관은 박 의원이 “장관직 걸고 추진하겠다는 말씀 하실 의도 있느냐”고 묻자 “의원님 질문에 ‘네’라고 대답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장관직 걸고 예산 확보하겠다, 고치겠다는 말씀 하셔야 된다”고 거듭 물었고, 정 장관은 “장관직을 걸고 사실적시 명예훼손 관련 법률을 개정하거나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강간법 하나 고쳐달라”고 하자 “알겠다”고도 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처벌 법 조항은 형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이다. 위법성 조각 사유로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한 것만으로도 가해자로부터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를 당할 수 있고 이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입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형법 개정은 사실상 국회와 법무부 몫이라고 볼 수 있다. 국회에서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은 수도 없이 발의됐지만, 사실적시 명예훼손 비범죄화를 반대하는 입장인 법무부의 반대와 여야 정쟁으로 제대로 논의가 된 적이 없다.

김승희 한국당 의원은 “폭행이나 협박이 없으면 강간죄가 성립이 안 되기 때문에 수사 과정에서도 피해자의 저항 강도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며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강간죄 성립 요건에) 집어넣어야 되는 게 맞다. 장관으로서 이거부터 고쳐야 되는 것 아니냐. 왜 안 했느냐”고 질의했지만, 강간죄를 규정한 관련 형법 개정 역시 국회와 법무부가 결정권을 쥐고 있다.

정 장관은 김 의원의 질의에 “강간죄 안건은 형법상 개정사항인 만큼 법무부랑 먼저 논의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답했다.

이양수 한국당 의원은 “법무부 입장이 많이 안 바뀌었는데 어떻게 (설득)하실 생각이냐”며 “형법은 국가기본법이라 법무부가 반대하면 (개정이) 어렵다. 어떻게 해결하실 것이냐. 대통령을 만나든지 이슈화를 해서 법무부가 후퇴하게 만들겠다든지 (어떻게 하실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노력하겠다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하겠다. 어떻게 노력할지는 좀 더 논의를 해보겠다”고 에둘러 답했다.

한편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며 여야가 발의한 이른바 ‘미투 법안’은 총 139건에 달했지만, 개헌과 한국GM 사태 등 국회가 정쟁에 휘말리면서 한 건도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3당 원내대표들은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되자 회동을 갖고 법안 심사에 속도를 내기 위해 가능한 상임위를 정상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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