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공개를 앞두고 긴장에 휩싸인 청와대 춘추관의 모습 <시사위크>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앞두고 ‘정부형태’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거세다. 핵심은 국무총리 ‘지명권’을 누가 갖느냐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에는 현행과 같은 대통령 지명 국회 동의 방식이 유력한 반면, 한국당은 국무총리 ‘국회선출제’를 주장하고 있다.

유리한 여론을 확보하기 위한 ‘네이밍’ 전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형태’에 대해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내각을 구성해 ‘내치’를 맡고, 대통령은 외교·국방 등 외치를 맡는 방안이다. 학계에서는 ‘이원집정부제’로 명명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이름으로 논의돼왔다.

청와대는 한국당의 주장을 ‘변형된 의원내각제’라고 규정했다. 국회에서 지명한 총리가 내각을 구성해 실권을 갖게 되면, 대통령은 명목상 국가수반에 머무른다는 점에서 의원내각제와 차이가 없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왕이 존재하지만, 의회 다수당이 총리와 내각 등 정부를 구성하는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가 개헌안 논의과정에서 분권형 대통령제 혹은 혼합형 대통령제라는 용어를 써왔는데 본질은 결국 의원내각제에 있다”며 “많은 헌법학자들이 현행 한국의 통치형태를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절충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총리 선출권까지 국회가 가져가면 의원내각제로 균형추가 옮겨지는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의원내각제 보다 대통령제에 큰 호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데이터=리얼미터>

대동소이한 정부형태를 두고 청와대와 한국당의 네이밍이 다른 것은 국민적 여론흐름과 관계가 깊다. 일반적으로 30~40대 이상 국민들은 의원내각제의 단점에 대해 ‘정치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의 교과서를 접했다. 아울러 남북분단 상황에서는 대통령제가 적합한 형태라는 취지의 교육을 받았다. 따라서 정치권은 국민여론이 ‘의원내각제’ 보다는 ‘대통령제’에 호감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즉 국민여론의 힘을 받기 위해서는 정부형태 이름에 ‘대통령제’를 넣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도 이 같은 기류가 읽힌다. 일례로 리얼미터가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6년 6월과 10월 각각 실시한 개헌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대체로 대통령 중임제에 대한 응답자의 선호도(6월 41%, 10월 33.5%)가 높았고 분권형 대통령제(6월 19.8%, 10월 28.3%)가 뒤를 이었다. 의원내각제의 경우 15% 안팎의 낮은 선호도(6월 12.8%, 10월 14.2%)를 보였다. 

대통령 자문안 작성을 맡은 국민헌법자문특위 하승수 부위원장도 “숙의형 토론회에서 대통령제와 이원집정부제의 가장 큰 차이인 국무총리 임명방식에 대해 물어봤는데 토론 전과 후 모두 현행이 높게 나왔다”며 “여론조사에서는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에 비해) 대통령제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고 밝혔다.

<기사에 인용된 2016년 6월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유무선 ARS 방식으로 진행해 전국 유권자 515명이 응답을 마쳤다. 응답률은 6.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3% 포인트다. 같은해 10월 여론조사는 같은 방식으로 진행해 전국 유권자 526명이 응답했다. 응답률은 9.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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